Currently Browsing: 안방 초대 문인

[산문] 추억과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 김동식 |

– 김일 선수의 은퇴 소식을 접하고 1.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거나 자기자신을 냉철하게 반성하는 일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별다른 가치나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재미있는 기억이나 추억들을 되살려 보려 해도 떠오르는 장면들이 별로 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물론 일시적 것이겠지만, 뒤를 돌아보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4월의 칼럼] 인연 없는 것들과의 인연 | 김병익 |

비행기는 아마도 인도 대륙 상공을 날으고 있을 것이었다. 창밖으로 보인 것은 어둠뿐이었는데 그 아래로 날씨가 맑았는지 드문드문 불빛들이 보였다. 외따로 하나짜리도 있었지만 서너 개쯤 동아리로 모여 있는 것도 있었다. 저 지상의 작은 불빛들이 6,7천 미터나 떨어져 있을 여기까지 보인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때 문득 내게 든 궁금증은...

[시] 수련 | 채호기 |

캄캄한 밤하늘에 환한 자국을 남기는 유성처럼 시선이 수련을 발견했을 때 핏줄을 타고 세차게 흐르는 흰빛의 덩어리는 몸 속을 떠다니며 하얀 멍들을 남긴다. 수심 깊은 가슴에 숨겨 두고 있던 물풀의 머릿속에 헝클어지는 형체 없는 느낌을 발음하려 할 때 혀는 돌멩이처럼 무겁게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마치 수련의 아름다움을 발음할 수 없는 것처럼. 수련을...

[시] 그 후 우리들의 사랑은 | 김태동 |

나는 입을 막았다 너는 노래를 불렀다 이승의 끝에서 저승의 끝까지 이승의 바닥에서 저승의 하늘까지 꽃 피우며 살자던 우리의 약속이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입을 막았다 너는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그 후, 우리들의 사랑은 피가 맺혔어 * 김태동 시인은 등단 8년만인 작년에 첫 시집 <<청춘>>을 펴냈다. (2000. 3....

[산문] 과연 인생의 오버액션이란… | 성기완 |

팔뚝에는 징을 박은 팔찌를 하고 있고, 귓불은 맨 위에서부터 아랫까지 후루룩 미싱으로 박은 듯이 귀걸이가 촘촘, 그리고 머리는 모히컨 족 전사처럼 가운데만 남겨두고 다 밀어 버렸고 색깔은 주황색, 찢어진 가죽 바지에 사나운 표정, 그러나 나이는 아무래도 어려 보이고 체격도 가녀린 가수가 무대에 나와 노래를 한다… 그의 노래는 몹시 자기과시적이다. 잘...

[산문] 마음 어귀에 광장 하나 | 이응준 |

이인성의 해골 같은 파사드를 생각한다 ㅡ함성호,「밀봉 열차」중에서 어쩌다가 문득, 이런 식의, 그에 대한 상상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뜬 눈으로, 이런 풍경을 그린다. 텅 빈 광장 한복판의, 물이 뿜어져나오지 않는 분수대의 낮은 턱에, 그가 고요히 걸터앉아 있다. 그는 방금 눅눅했던 어느 거리를 지나쳐왔다. 그는 누군가에게로 때늦은...

[시] 몽 셍 미셸 가는 길 | 유하 |

멀리 놔두고 싶어, 그럴 수만 있다면 언제나. 왜 멀리?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지. — 이인성 소설집, <<강 어귀에 섬 하나>> 노르망디 해변, 금빛으로 익은 드넓은 초원 위로 양떼들은 구름과 더불어 놀고 젖은 바람의 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뭍이 끝나는 곳 자그만 바위섬 위에 세워진 수도원이 보여요 밀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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