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ly Browsing: 안방 초대 문인

[2월의 말] 2인용 즉흥낭독을 위한 언어악보 |김효나 |

<아니의 오후>_ 1장 (inspired by Taku Unami) 표기 (( ))는 ‘꼭 표기내용을 따를 필요는 없음’을 의미한다. “ ”는 ‘두 목소리가 동시에 읽음’을 의미한다. / /는 ‘네 글자씩 끊어 읽음’을 의미한다. ^^ 은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를 발화하거나 무의미한 소리를 냄’을 의미한다. 취소선 은 ‘읽지 않음’을...

[1월의 말] 빵을 씹으면 귀신이 보이는 풍경 | 최하연 |

   자정이 넘으면 귀신을 찾는다. 부르는 쪽은 내가 아니라 귀신이다. 딱딱한 바게트를 씹으며 부엌 쪽창을 열어 귀신을 찾는다. 만날 수 없으니 찾는다. 찾을 수 없으니 부른다. 부를 수 없으니 씹는다.     부엌 쪽창을 열면 팔작지붕을 올린 한옥 한 채가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잘 자란...

[12월의 칼럼] 냉각 | 오한기 |

   그동안 내게 변화가 있었다. 지난 10월 결혼을 하면서 성남에서 중곡동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군자역. 중곡역. 능동. 용마사거리. 이런 낯선 지명들. 나는 산책을 좋아하는데 중곡동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산책을 하지 않았다. 나는 겁이 많아서 낯선 거리 걷는 것을 싫어한다. 이탈리아에 신혼여행을 갔을 때는 낯선 거리를 잘도...

[11월의 칼럼] 비합리라는 사악함 | 백지은 |

   대통령의 “순수한 마음”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가 샤머니즘 국가로 전락한 대한민국”을 통탄하던 중, 문득 얼마 전 겪은 어떤 심정이 여기에 겹쳐지는 느낌에 휩싸인다. 누군가는 나라가 ‘내부자들+곡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던데, 내게도 영화 의 한 요지와 관련된...

[10월의 칼럼] 가장 잔혹한 말 | 천희란 |

   노출이 많은 옷을 입거나 밤늦게 다니는 여성이 성범죄의 대상이 될 위험이 높다는 인식은 그 자체로 여성혐오이다. 여성의 행실은 가해자의 범죄를 정당화하지 않으며, 여성에게는 일말의 책임도 없다. 너무 뻔해 보이는가. 그런데 정작 피해를 당하게 되면 이 뻔한 논리로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가 지독히도 어렵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9월의 칼럼] 미국 트럭과 사막 버스 | 송승언 |

   밤 운전 중이다. 블러드 오렌지의 <프리 타운 사운드>(2016) 앨범을 듣고 있는데 제법 밤 운전에 어울리는 것 같다. 드라이브 기분은 나지만 목적 없는 드라이브는 아니다. 업무차 트레일러트럭을 몰고 있는 중이다. 글쎄, 내겐 특수면허는커녕 2종 보통면허도 없지만 면허가 없어도 컴퓨터만 있으면 켄워스...

[8월의 칼럼] 나는 닭의 내장 |양선형|

   최근 우연한 기회로 일본 여행을 두 차례 했다. 한 번은 간사이였고 한 번은 나리타였다. 교토와 도쿄였다. 교토에서는 엔조 도의 『어릿광대의 나비』를 읽었으며 도쿄로 떠날 땐 새로 번역된 릴케의 『두이노 비가』를 챙겼지만 전부 읽고 오지는 못했다. 도쿄의 우에노 공원이 특히 좋았다. 우에노 공원의 울창한 습지에는 잉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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