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ly Browsing: 안방 초대 문인

[9월의 말] 쓰지 마라. 써야 한다. | 한유주 |

   나는 오랫동안 쓰지 마라라는 환청에 시달렸다. 그래서 쓰지 마라라는 말을 괄호로 묶어버렸다.    (쓰지 마라.)    그리고 한동안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언젠가 서울의 서부간선도로를 타고 안산 방향으로 가던 중 심한 정체를 겪은...

[8월의 말]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혹성 ‘이인성’에 불시착하다 | 서정학 |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나는 참 할 말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뭐,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하고 싶은 말’ 같은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또, 이런 의지가 없이 글을 써도 될까. 역시, 뭐, 안될게 뭐 있겠어요라고...

[7월의 말] 타이밍 | 이갑수 |

   여자 친구와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코엑스에 간다. 영화를 보기도 하고,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여자 친구는 아쿠아리움을 좋아한다. 그녀 덕분에 아쿠아리움에 열네 번이나 갔다. 여자친구는 바다거북을 좋아한다. 나는 흰 수염고래를 좋아하는데, 아쉽게도 아쿠아리움에는 흰 수염고래가 없다. 나는 해양생물을 보는 게...

[6월의 말] 테이크 온 미 | 오현종 |

   소설가가 되고 나서 영향 받은 작가나 작품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마가렛 애트우드, 재닛 윈터슨 등 몇몇 소설가의 이름을 번갈아 대곤 했다. 다들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이름들이었다.     내가 호명한 작가들의 작품으로부터 영향 받은 바가 없지는 않을...

[5월의 말] 부끄러움의 자리 | 이향 |

어느 아침은,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 아침은 나에게는 없는 첫 순결의 한 송이 꽃이 처음으로 피어나서 파릇한 봄 하늘을 마구 흔들며, 자신의 가장 정결함을 강렬하게 뿜어올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왜 저로 하여금 그토록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을까요. 어쩌면 오랫동안 손에 쥐어 준 부끄러움을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어딘가 한없이...

[4월의 말] 불연속성의 선물, 소설 | 박혜상 |

   영화 를 보았다. 테드 창의 중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가 원작인 이 영화는 지구 곳곳에 출몰한 외계인과의 소통 과정이 여성 언어학자 루이즈 뱅크의 나레이션으로 전개된다. 영화와 소설이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 소설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았고, 두 가지 모두 영화와 소설의 각 형식이 지니는 특징이 잘 드러나...

[3월의 말] 여성과 문학 | 이경진 |

   지난 겨울방학에 이라는 교양수업을 처음 맡게 됐다. 사실 불과 몇 해 전까지였다면 이 수업명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는 저 접속어 ‘과’를 관성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소위 ‘넷페미’라 불리는 이십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일으킨 온라인 페미니즘의 성공(많은 새로운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고, 다양한 사회 영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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