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ly Browsing: 안방 초대 문인

[9월의 칼럼] 관념의 빈틈에서 터져나오는 구토 |손정수|

얼마 전 중국을 다녀왔다. 연변대학에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참석이 애초의 목적이었는데, 마침 연변대학에 가 있던 소설가 K를 만나 함께 장춘, 하얼삔 등지를 여행할 기회를 가졌다. 회의 일정 동안은 그런 대로 편안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해준 호텔에서 묵었고 식당에서는 거의 한국식에 가까운 식사를 제공받았다. 저녁에는 K와 함께 네온이 켜져 있는...

[7월의 칼럼] 내 사랑, 그리운 도모코 |최성실|

얼마 전 한·중·일 <<국제학술대회>>가 열렸었다. 동아시아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비교 고찰을 주제로 각 국의 대표가 발표를 하고, 이에 대한 토론이 덧붙여지는 형식으로 마련되었다. 대중문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이 자리에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하게 된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6월의 칼럼] 약속은 없다 |윤병무|

작년 봄, 결국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동안 ‘열독률 1위’를 자처하며 광고를 쏟아냈던 국내의 한 일간지 1면에 AP통신으로부터 공급받은 흑백 사진 같은 컬러 사진 한 장이 체면치레하듯 실린 적이 있다. 아침 밥상에서 신문을 잡아든 나는, 그날 아침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듯, 혀 밑의...

[5월의 칼럼] 지하철의 바흐 혹은 2004년의 1928년 |김예림|

해외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바다 건너 여행을 많이 해보지도 못한 터라 어느 나라 문화는 어떻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게 나로서는 좀 멋쩍은 일이긴 하다. 10여 년 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었고 그 다음에는 신혼여행 티낸다고 발리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 2년 동안 어찌어찌 기회가 닿아서 동경에 두 번 갔다 온 게 내 여행 경험의...

[4월의 칼럼] 아무 것도 아닌 것 |성기완|

무용지물(無用之物). 쓸데가 없는 물건이란 뜻. 예를 들어 개똥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개똥은 쓸데가 없을뿐더러 더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개똥을 싫어한다. 어쩌면 미워한다고 볼 수도 있다. 개똥 같은 것은 정말 미워해도 좋을 대상이다. 누가 개똥을 미워하지 않겠는가. 나 역시 개똥을 미워한다. 지난 번에는 언덕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다가 힘이...

[산문] 검으나 희나 봄봄 |박민규|

얼룩말을 처음 본 것은 1975년版 <<계몽 컬러 어린이대백과사전>>을 통해서였다. 그때의 복잡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과 핑크 플로이드가 수록된 <<월간 팝송>>의 화보를 넘기다가, 한 귀퉁이에 있는 탐 존스와 대면한 기분이었다. 도대체가 흑과 백이라니… 이봐 대체...

[3월의 칼럼] 내 마음의 영도다리 |김동식|

평소에 학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P형으로부터 메일이 온 것은 작년 연말의 일이었다. 연말연시의 안부 메일인가 보다 했는데, 역사학자들과 『개벽』세미나 모임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개벽』은 1920년부터 1926년까지 72호를 발간한 천도교 기관지로서, 초창기 한국근대문학을 위해 많은 지면을 제공했던 요람과도 같은 잡지이다. 목차만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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