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ly Browsing: 안방 초대 문인

[1월의 말] 행간의 천사 | 신동옥 |

    우리는 새집을 얻었다. 마음이 너무 많아서, 벽은 늘 막다른 곳으로 바람을 들이는가보다. 어둑어둑한 불빛 사각거리는 처마 아래로, 마음은 노랗게 물이 들어서 한 방울 습기에도 쉽게 들떠 일어난다. *    우화(寓話) 속에서 한 채의 이야기 집이 지어지면, 주인공보다 먼저 손님이 등장한다....

[12월의 말] 돌과 철학관과 디데이의 의미 | 민병훈 |

1.     올해 여행을 자주 다녔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짐을 꾸렸고 습관처럼 공항과 터미널에 갔다. 낯선 곳에 가면 어떤 기분 좋은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어림없었다. 잠에서 깰 때마다 돌아갈 날짜를 확인했으며 새벽마다 막연했다. 나는 뭔가에 지친 상태로 국내외 도시들을 옮겨 다녔다. 그때의 기억들을...

[11월의 말] 배니싱 트윈 | 양윤의 |

―은희경, 『새의 선물』의 경우 1     임신 중 자궁 속에서 쌍둥이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현상을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이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 쌍둥이 소실(쌍생아 소실), 태아 흡수(fetal resorption)라고도 한다. 통상적인 쌍둥이는 공시적(共時的)이다. 함께 태어나서 같은 시간대를 살면서...

[10월의 말] 기억의 간헐 작용 | 박민정 |

로시니, 모차르트 그리고 베버의 음악을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노래가 내게 있다. 그것은 낡았고, 느리고, 구슬프지만 내게는 내밀한 매력을 준다. 우연히 그 노래를 들으면 내 마음은 200년 젊어진다―루이 13세 통치 아래로. 보인다, 노란 석양이 비치는 굽이치는 푸른 언덕. 모서리가 벽돌로 된 성곽, 붉은 유리창들. 성곽의 넓은 정원. 성 아래를...

[9월의 말] 쓰지 마라. 써야 한다. | 한유주 |

   나는 오랫동안 쓰지 마라라는 환청에 시달렸다. 그래서 쓰지 마라라는 말을 괄호로 묶어버렸다.    (쓰지 마라.)    그리고 한동안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언젠가 서울의 서부간선도로를 타고 안산 방향으로 가던 중 심한 정체를 겪은...

[8월의 말]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혹성 ‘이인성’에 불시착하다 | 서정학 |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나는 참 할 말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뭐,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하고 싶은 말’ 같은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또, 이런 의지가 없이 글을 써도 될까. 역시, 뭐, 안될게 뭐 있겠어요라고...

[7월의 말] 타이밍 | 이갑수 |

   여자 친구와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코엑스에 간다. 영화를 보기도 하고,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여자 친구는 아쿠아리움을 좋아한다. 그녀 덕분에 아쿠아리움에 열네 번이나 갔다. 여자친구는 바다거북을 좋아한다. 나는 흰 수염고래를 좋아하는데, 아쉽게도 아쿠아리움에는 흰 수염고래가 없다. 나는 해양생물을 보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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