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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말] 입속의 검은 맛, 그것은… | 최규승 |

  손님 중에, 계세요?   그때까지 내 이름이 그렇게 낯설게 들린 적은 없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잠깐 동안 당혹감 때문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낯익은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이 부를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 나를 부르는 소리는 귀를 통하지 않고 온몸의 신경을 통해 내 머리에 전달되는 듯했다. “손님 중에 ○○○...

[4월의 말] 백지와 나 | 함기석 |

백지는 무수한 질문의 책이자 우주다 하나의 말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죽음을 인간의 눈으로 기록하는 순간 우주는 백지 속의 바닥없는 해저로 가라앉고 침묵의 말들은 모두 물고기가 되어 바다 멀리 흩어진다 그렇게 나는 표류 중인 어부다 미약한 인간의 언어로 물고기들을 건져 올리는 죽음의 낚시꾼 태초에 달아난 나의 시간 나의 우주 나의 피와 살과 꿈, 나의...

[3월의 말] 절반정도 동물인 것, 절반정도 사물인 것 | 유계영 |

1.   나에겐 이상한 경험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이 있다. 그중 가장 가까운 것 하나를 쓸 것이다. 책에서 읽은 것이 아니고 꿈을 꾼 것도 아니며 벌어진 일에 상상을 보탠 것도 아닐뿐더러 불리할 때 함구증이 찾아올지언정 습관적 거짓말쟁이는 아니라는 것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유감이지만 증명할 길은 없다. 그러나 이야기를 믿는다고 손해...

[2월의 말] 나와 나무와 그와 글 | 김봉곤 |

1.    하루라도 뭘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사로잡혀 있을 뿐 아니라 매일 무언가를 사고 있다. 어느 날은 가방이고 또 하루는 그것보다 조금 작은 가방이고 또다른 날은 색깔이 다른 가방, 때로는 영양제, 향수, 가죽 클리너, 그것을 산 김에 구두, 그러다 내가 속물이 된 것 같단 생각에 황급히 마음의...

[1월의 말] 내년에는 메터포이세트에서! | 복도훈 |

  1. 희미한 유산   만일 미래에 사는 어떤 이가 당신에게 오래된 무선통신기구로 접속해온다면 어떡할까. 물론 그럴 일은 없다. 우리는 매일매일, 돌이킬 수 없는 나날을 살아가는 존재다. 시간은 필연적으로 끝을 향해 간다. 아름답거나 쓰라린 추억조차도 시간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불가역성 때문에 생겨난다. 우리는 단 한 번 산다....

[12월의 말] 외적 일기 | 한정현 |

  최근의 나는 길을 가다 자주 아는 사람들에 의해 팔이나 옷자락, 어깨를 잡아 채이곤 했다. 그것은 내 친구들이 남달리 무례하거나 순발력이 뛰어난 자들이라서 보다는 내가 어딘가 종종걸음 치다가 그들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렇게 팔이나 옷자락 어깨를 잡혀 뒤돌아보게 되면 가던 속도는 늦춰지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분이 썩...

[11월의 말] 문학-독자-공동체 | 김주선 |

  한국 문학과 독자의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특히 평론은 독자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독자와 문학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위 문장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대안을 내놓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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