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ly Browsing: 안방 초대 문인

[10월의 말] 술과 글 | 이윤옥 |

—이청준 선생 10주기에   10년이 흘렀다. 10년은 곁에 없는 누군가에 대한 기억들이 제 자리를 잡기에 적당한 시간인 것 같다. 흩어질 기억은 사라지고, 남을 기억은 분명한 얼굴을 얻고. 무엇이 기억들을 분류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10년 전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청준 선생을 떠올리면 날이 갈수록 채도와 명도가 높아지는 몇몇 그림들이...

[9월의 말] 시인 축구선수 모집 공고 | 김중식 |

  1994년 7월 8일 어느 출판사에서 자장면을 먹고 있는데 김일성 주석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 축구를 하다 갈비뼈 두 대가 부러졌다. 공식 병명은 기흉(氣胸). 흔한 말로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갈비뼈가 함몰하면서 폐를 찌른 것이었다. 에어컨 없는 시립서부병원에서 100년만의 무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체위를 바꾸지 못한...

[8월의 말] RE.미적체험 | 김미정 |

  1. 다시 읽는 1980년 여름의 평론 하나   “평론가들은 왜 유독 페미니즘 작품에 대해 평가가 엄격하죠?”라는, 수업 중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종강 이후에도 내내 맴돌던 차에 『세계의 문학』 1980년 여름호에 실린 김우창의 평론 「문학의 발전」을 다시 찾아 읽었다. ‘목적없는 합목적성’이나 ‘관조’ ‘미적판단’...

[7월의 말] 꿈의 기록들 | 백수린 |

   1.    눈먼 사내 둘이 전동드릴을 든 채 나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왔다. 나는 너무 놀라 무슨 일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미안하다며, 사람이 사는 집인 줄 몰랐다며, 무엇인가를 수리해야 한다고 시(市)에서 말했기 때문에 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전동드릴이 계속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윙윙댔고, 집에 나 혼자라는 사실을 짐작한...

[6월의 말] 묘설(猫說) | 장이지 |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한 권 주문했습니다. ‘현실’에 대해 알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그 책을 쓴 노인은 ‘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반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현실’은 ‘반현실’과의 대비를 통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반현실’의 준거점으로 ‘이상(理想)’과 ‘꿈’과...

[5월의 말] 따옴표라는 귀신 | 구병모 |

   작가들은 문장의 종결어미에 찍는 마침표 한 개에까지 의미를 부여하면서 쓰는 게 보통인데 의미란 미학적 신념이나 고유한 의식 내지는 개성, 때론 자존심으로 달리 부를 수 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화자의 심리와 서사의 연결 및 서정의 변화에 따라 마침표의 자리를 말줄임표나 느낌표나 물음표로 대체하기도 하고 심지어 문장이...

[4월의 말] 튀니지 색채 | 김태용 |

   파울 클레는 1914년 튀니지 여행 중 색채에 눈을 떠 새로운 창조의 세계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강의실 칠판에 쓴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다. 당연한 사실이, 모든 사실을 의심할 수 있는 시간이 나를 여기에 붙잡아 두고 있다. 책상을 뒤집는다. 뒤집힌 책상 위에 의자를 뒤집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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