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ly Browsing: 안방 초대 문인

[4월의 말] 튀니지 색채 | 김태용 |

   파울 클레는 1914년 튀니지 여행 중 색채에 눈을 떠 새로운 창조의 세계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강의실 칠판에 쓴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다. 당연한 사실이, 모든 사실을 의심할 수 있는 시간이 나를 여기에 붙잡아 두고 있다. 책상을 뒤집는다. 뒤집힌 책상 위에 의자를 뒤집어 올린다....

[3월의 말] 멀리 | 배수아 |

   얼마전 카페에서 한 평론가가 말했다. “이 인터뷰를 위해서 오늘 아침 당신의 책을 읽었는데, 아마도 가장 자주 등장한 어휘가 “멀리”인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하고 그가 물었다....

[2월의 말] 나는 못난이 | 김대산 |

―분리의 문제를 중심으로    숨이 안 쉬어지면 재빨리 내릴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버스를 탔다.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온다.    해도 잠든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소곤대는 너와 나를 흉보는가봐    이게 누구 노래지?...

[1월의 말] 행간의 천사 | 신동옥 |

    우리는 새집을 얻었다. 마음이 너무 많아서, 벽은 늘 막다른 곳으로 바람을 들이는가보다. 어둑어둑한 불빛 사각거리는 처마 아래로, 마음은 노랗게 물이 들어서 한 방울 습기에도 쉽게 들떠 일어난다. *    우화(寓話) 속에서 한 채의 이야기 집이 지어지면, 주인공보다 먼저 손님이 등장한다....

[12월의 말] 돌과 철학관과 디데이의 의미 | 민병훈 |

1.     올해 여행을 자주 다녔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짐을 꾸렸고 습관처럼 공항과 터미널에 갔다. 낯선 곳에 가면 어떤 기분 좋은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어림없었다. 잠에서 깰 때마다 돌아갈 날짜를 확인했으며 새벽마다 막연했다. 나는 뭔가에 지친 상태로 국내외 도시들을 옮겨 다녔다. 그때의 기억들을...

[11월의 말] 배니싱 트윈 | 양윤의 |

―은희경, 『새의 선물』의 경우 1     임신 중 자궁 속에서 쌍둥이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는 현상을 배니싱 트윈(vanishing twin)이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 쌍둥이 소실(쌍생아 소실), 태아 흡수(fetal resorption)라고도 한다. 통상적인 쌍둥이는 공시적(共時的)이다. 함께 태어나서 같은 시간대를 살면서...

[10월의 말] 기억의 간헐 작용 | 박민정 |

로시니, 모차르트 그리고 베버의 음악을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노래가 내게 있다. 그것은 낡았고, 느리고, 구슬프지만 내게는 내밀한 매력을 준다. 우연히 그 노래를 들으면 내 마음은 200년 젊어진다―루이 13세 통치 아래로. 보인다, 노란 석양이 비치는 굽이치는 푸른 언덕. 모서리가 벽돌로 된 성곽, 붉은 유리창들. 성곽의 넓은 정원. 성 아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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