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ly Browsing: 안방 초대 문인

[12월의 말] 외적 일기 | 한정현 |

  최근의 나는 길을 가다 자주 아는 사람들에 의해 팔이나 옷자락, 어깨를 잡아 채이곤 했다. 그것은 내 친구들이 남달리 무례하거나 순발력이 뛰어난 자들이라서 보다는 내가 어딘가 종종걸음 치다가 그들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렇게 팔이나 옷자락 어깨를 잡혀 뒤돌아보게 되면 가던 속도는 늦춰지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분이 썩...

[11월의 말] 문학-독자-공동체 | 김주선 |

  한국 문학과 독자의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특히 평론은 독자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독자와 문학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위 문장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대안을 내놓기 위해,...

[10월의 말] 술과 글 | 이윤옥 |

—이청준 선생 10주기에   10년이 흘렀다. 10년은 곁에 없는 누군가에 대한 기억들이 제 자리를 잡기에 적당한 시간인 것 같다. 흩어질 기억은 사라지고, 남을 기억은 분명한 얼굴을 얻고. 무엇이 기억들을 분류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10년 전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청준 선생을 떠올리면 날이 갈수록 채도와 명도가 높아지는 몇몇 그림들이...

[9월의 말] 시인 축구선수 모집 공고 | 김중식 |

  1994년 7월 8일 어느 출판사에서 자장면을 먹고 있는데 김일성 주석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 축구를 하다 갈비뼈 두 대가 부러졌다. 공식 병명은 기흉(氣胸). 흔한 말로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갈비뼈가 함몰하면서 폐를 찌른 것이었다. 에어컨 없는 시립서부병원에서 100년만의 무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체위를 바꾸지 못한...

[8월의 말] RE.미적체험 | 김미정 |

  1. 다시 읽는 1980년 여름의 평론 하나   “평론가들은 왜 유독 페미니즘 작품에 대해 평가가 엄격하죠?”라는, 수업 중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종강 이후에도 내내 맴돌던 차에 『세계의 문학』 1980년 여름호에 실린 김우창의 평론 「문학의 발전」을 다시 찾아 읽었다. ‘목적없는 합목적성’이나 ‘관조’ ‘미적판단’...

[7월의 말] 꿈의 기록들 | 백수린 |

   1.    눈먼 사내 둘이 전동드릴을 든 채 나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왔다. 나는 너무 놀라 무슨 일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미안하다며, 사람이 사는 집인 줄 몰랐다며, 무엇인가를 수리해야 한다고 시(市)에서 말했기 때문에 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전동드릴이 계속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윙윙댔고, 집에 나 혼자라는 사실을 짐작한...

[6월의 말] 묘설(猫說) | 장이지 |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한 권 주문했습니다. ‘현실’에 대해 알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그 책을 쓴 노인은 ‘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반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현실’은 ‘반현실’과의 대비를 통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반현실’의 준거점으로 ‘이상(理想)’과 ‘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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