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의 문을 슬며시 열어 놓으며

저는 ‘골방’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합니다. 말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골방에 처박혀 있는 것을 즐깁니다. 돌이켜보면, 아주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 작업실(이라고 표현하는 게 좀 쑥스럽습니다만)도 거의 골방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좁고 음습한 ‘동굴’ 속에서, 저는 하염없이 뒹굴고 하염없이 몽상하고 하염없이 음악을 듣고 하염없이 책을 읽고 하염없이 씁니다. 세상을 저버린 듯 하염없이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골방’이란 제게 그런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 가상의 집에도 골방을 마련한 것인데, 그런데 바로 가상의 집이기 때문이랄지요, 이제, 현실의 집에서는 굳게 닫아 놓는 그 방문을 조금 열어 놓으려 합니다. 그리고 제 숨소리 같은 글쪼가리들이 조금 흘러나가게 하려 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글을 쓰는 걸 극도로 자제해왔고, 누군가가 그런 글을 읽는 걸 신경질적으로 싫어해왔습니다. 아니, 말이 좀 틀리군요. 늘 그런 글을 써오긴 써왔습니다. 일기나 소설 메모를 적듯이요. 쓰긴 쓰되 언젠가 완성될 소설을 위해 혼자만 쓰고 읽고 폐기해버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꺼린 건 발표였던 거지요.
그러나 지금의 저는 그런 미완의, 무정형의 글쓰기도 그 자체로 어떤 모호한 ‘사이’에서의 ‘중간적’ 소통이 될 수 있음을 희미하게 느끼면서, 그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집이기 때문에, 그리고 가상의 집이기 때문에, 이 글은 ‘발표’라기보다 혼잣소리 혹은 넋두리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누군가가 엿듣도록 내버려둔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독백처럼 말하고, 듣지 않는다는 듯이 듣는 것. 그런 희한한 장치를 통해 어떤 은밀한 내통이 가능하다면,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작품들의 이해도 조금은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긴해도, 솔직히 여기다 많은 글을 올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글을 처넣는 솜씨가 서투를 뿐 아니라, 이미 말했지만 평소의 글쓰는 속도 자체도 애당초 더디기 이를 데 없는 까닭입니다. 더구나 아무리 안듣는 듯이 가정을 해도, 그래도 듣는다는 사실에 대한 자의식 또한 어쩔 수 없겠고요. 그리고 제 소설이 될 것들은 가능한한 제 속에 오래 가둬두는 게 더 큰 소설적 힘으로 응축된다는 비과학적 믿음을 벗어나지 못해서랄지, 아무튼 제 소설 자체와 관련되리라 짐직되는 것들도 이곳에 올리긴 께름칙할 듯 하군요.
아마도 이 자리에 펼쳐질 글들은 제가 골방에서 실제로 함께 뒹구는 시나 책 이야기, 노래 이야기, 단장 같은 몽상의 조각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인연에 청탁을 받아들여 발표하는 짧은 산문들, 뭐, 그런 것들이 되지 않을까요? 부디 쓰레기가 아니어야 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