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시인의 새 시집을 위한 한마디

<<어두워진다는 것>>은 성숙한 ‘탈각(脫殼)’의 시집이다. 삶의 본질적 어둠을 응시하며 오히려 의식의 굳은 껍질을 벗은 시인은, 한 나무에서 “수천의 빛깔”을 보는가 하면 빗방울을 통해서도 “너무 많은 소리들”을 듣는다. 그 “너무 많은 것”이 ‘슬픔’인 것은, 시인이 껍질을 벗은 속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깊은 ‘상처’들을 본성 혹은 자연의 빛 위에 떠올리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제 “울음의 감별사”이다. 더 나아가, 시인은 이를테면 “두려움이라는 말 대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굿판을 벌리고 있는 무당과도 같다. 접신의 상태에서 병든 혼을 대신 앓고 주술을 읊어 치유해주듯, 이번 시들은 “캄캄한 씨방 속에 갇힌 꿈들”로 “우글거리는 이 가슴”을 열고 어루만진다. 그리하여, 상처는 더이상 어둡지만은 않다. 시인의 연금술을 통해, 상처는 “환한 상처”가 되는 것이다.

* 이 짧은 문구는 곧 출간하게 될 나희덕 시인의 새 시집 뒷표지 글(일종의 ‘추천의 말’)로 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