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글의 뒤쪽

…그러나, 거꾸로, 고통의 제스처, 고통의 과장된 흉내 또한 역겹다.

…고통의 제스처는 흔히 언어의 저열함으로 나타난다. 인간사와 더불어 스스로 정련되어 온 언어란 참으로 기막힌 것, 그런즉 결국은 진실을 드러내는 것, 언어는 감추려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인간적 깊이를 산다. 아마도 그래서겠지만, 제스처로서의 고통은 너무도 얇은 언어의 얼굴 혹은 가면이기에, 그 아래 넘실대는 욕심의 진액이 금방 스며나온다. 그러면 그 욕심으로 일그러지고 다시 뭉개지는 얼굴 즉 가면.
그때, 그 뭉개진 형상은 흔히 이기적 욕심을 희생과 헌신으로 내세우고 싶어 악을 쓴다. 그러므로 대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모든 언어는 우선 의심할 일! 물론 진실한 대의명분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실존적 고뇌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그 고뇌와 함께 가지 않은 언어의 이면엔 대개 추악이 있는데, 그 추악은 실패한 욕심에 대한 복수심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 복수심은 어김없이 적을 만들고 쳐부수려는 전투의 언어가 된다.

…가면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가면은 변신에의 욕망을 표상한다. 따라서 가면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렇지만 가면을 전투의 전략적 도구로 사용하려는 욕심은 욕심의 무지막지함에 대한 증거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