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의 저항>>의 짧은 서문

* 그 사이 쓴 글이라곤 이것밖에 없어서–

오로지 소설만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글판에 나온지 스무 해쯤 되어 문득 돌아보니, 여기저기 이런 ‘잡문’들이 널려 뭉개지고 있었다. 존경과 우정으로부터 우러나온 Ⅲ부의 글들을 제외하고, 그리고 맨 앞의 짧은 단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기꺼운 마음으로 썼던 기억이 없다. 그러나 그것들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도 없다. 그게 삶이리라. 내 썩은 살점들을 줏어 거두는 심정으로, 세상 모퉁이에 이 글들을 위한 책의 집을 마련한다.
인연이 이 책을 만들었다. 청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여러 인연들이 이 글들을 쓰게 했다. 그리고 김현 선생과의 인연에서 비롯된 이청준 선생과의 인연을 따라가다 만난, 열림원의 정중모 사장과 정은숙 주간과의 인연이 이런 책의 모양을 다듬어주었다. 또, 고종석과의 인연은 그의 글을 통해 나를 부끄러운 마음으로 되돌아보게 했다. 이제 미지의 독자들에게로 넘어갈 인연을 기다리며, 나는 중얼거린다. 이 모든 인연 속에서,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고.
2000년 늦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