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메모 하나

* 서랍 밑바닥에 깔려 있던 1983년의 쪽지 메모–

문학은 저 드높은 말씀도, 저 드깊은 침묵도 아니거늘. 반대로 저 드높은 침묵도, 저 드깊은 말씀도 아니거늘. 문학은 여기, 낮게 혹은 얕게, 우리 현실의 말 가까이 있거늘. 실현의 말 가까이, 그러나 그 말들 자체는 아니고, 다만 그 말들 바로 곁에, 말과 말 사이에 번지며 어른거리는 말 아닌 말로 있거늘. 천국으로의 초월이려 해도 초월이지 못하고, 지옥으로의 심연이려 해도 심연이지 못하고, 떠도는 말들 사이에서 그 사이의 실체로서, 텅 빈 실체로서… 만져지진 않지만 분명히 거기 있는, 공기의 젖가슴처럼 느껴지는 그 무엇인가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