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의 『홍대 앞 새벽 세시』를 위한 한마디

초현실적인 환상과 본원적 서정을 기묘하게 교직하는 시 쓰기, 분석적이면서도 해체적인 문화 비평, 홀로 소리를 한 점 한 점 고르는 밀실과 폭발적인 굉음을 터트리는 록 밴드의 공연장 사이에서 온갖 울림을 빚어내는 음악 활동,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섞는 다매체적 퍼포먼스…
자유분방한 성기완의 작업들은 언제나 모종의 전위성과 기습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그 다양한 퍼즐 조각들을 끼워 맞춰볼 때 드러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순수한 예술가’의 초상이며, 그 예술가를 추동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은 다름 아닌 ‘진정성’이다. 현혹적으로 자포자기를 유도하는 이 사회의 거짓 기치들과 맞서, 그 대안으로서의 어떤 자존적 문학․예술을 순간순간 포착하고 구축해나가는 것! 거기서 이 ‘인디’ 예술가가 탄생하고, 자발적 유배와 유랑의 길―‘밤’의 길―이 시작된다.
홍대 앞의 밤은 성기완의 실존적 시공 그 자체이다. 이 책에 그가 그려놓은 홍대 앞 지도는 그의 삶과 예술이 집약된 상징도이며, 그가 묘사한 풍경들은 그의 수행 혹은 만행을 증험하는 일종의 만다라와도 같다. 때론, 그 자신이, 그의 육체가 살아 움직이는 만다라로 느껴지기조차 한다. 그 아름다운 만다라는 그러나 지독한 고통으로 채색된 것이다. 언젠가, 스스로 떠돌이의 고행을 선택한 그의 ‘어쩔 수 없음’에 가슴 시려 하며, 나는 혼자 울고, 그와 함께 울고, 애써 웃었던 적이 있다…
– <<홍대 앞 새벽 세시>>(사문난적, 2009)의 뒷 표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