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를 가로질러, 새로운 길을 찾아

- ‘문지문화원 사이’ 개원에 즈음하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의 「섬」

처음엔 어떤 존재와 존재 사이에 오직 ‘사이’ 그 자체만이 있는 건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 최초의 ‘사이’는 사이를 사이에 둔 존재들의 거리감만을 느끼게 하는 텅 빈 공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이 너머의 존재들이 서로를 깊이 응시하기 시작할 때 ‘사이’는 ‘차이’를 드러내는 공간이 되고, 나아가 그 ‘차이’가 부딪치고 얽히며 에너지를 내뿜는 역동적 공간으로 바뀝니다. 그러면 차이들은 서로의 의미를 호출하는 관계를 꽃피우고, 그 관계들이 빚어낸 새로운 꿈들은 미래의 존재를 창조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한 사회를 아우르는 문화적 활동과 생성도 필경 그런 ‘사이’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물론 문화 공간으로서의 ‘사이’에 작동하는 요소들은 훨씬 복합적입니다. 더구나 이즈음처럼 사회와 문화의 기본 조건들이 근본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착란과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상황 속에서는, 그 안에 맺힌 온갖 관계들의 갈피조차 헤아리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바야흐로 범세계적인 문화 혼돈의 시대인 것입니다. 그러나/그러므로, 그럼에도-불구하고/그럴수록, 우리가 그 ‘사이’를 온몸으로 가로지르며 새로운 문화적 실천의 길을 뚫고 나가야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숙명과도 같습니다.

이제 ‘문지문화원 사이’의 개원이 이 땅의 한 모퉁이에서나마 그러한 시도와 노력의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공간 속에서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많은 지성적․예술적 실험들과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지극히 고전적인 교양에서부터 가장 전위적인 예술 양식까지, 그 모든 것들이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만나며 거리낌 없이 갈등을 드러내고 다양한 토론과 지양․지향의 과정을 통해 미래의 모델을 희미하게나마 제시하는 작업들이 여기서 가능해진다면 더 바랄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도 우리 사이에서 떠오를 아름다운 문화의 섬에 가보고 싶습니다.

* 공동대표 인사말로 쓴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