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시인의 새 산문집을 위한 한마디

이성복은, 뛰어난 시인과 뛰어난 산문가가 원래는 한몸이라는 것을 행복하게 증거한다. 이성복의 산문을 읽다 보면, 틀림없이 ‘산문’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시’ 속으로 들어가 있기 일쑤다. 담담하게 말과 말 사이의 산문적 고리를 걸며 전개되는 듯해도, 기어이는 그 깊은 곳에 깔려 고동치는 어떤 시적 비의(秘意)의 심장 맥박에 감응시키고야마는 것이다. 아마도 그가 산문 속에서도 한결같이 말의 근본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의 산문은 말 그 자체에 대한 끝없는 되새김질 끝에 시인-소의 입에 길게 물리는 걸죽한 침과 같다. 그 침은 얼핏 더러워보이지만(너저분한 일상을 다루는 것이 산문이니까), 눈을 지긋이 감으면 향기롭고 달콤하다. 더럽게 맛있기까지 하다. 카프카든 공자든, 석류 꽃잎이든 자동차든, 모든 것이 시인의 위 속에서 하나로 삭여져 그 침 안에 녹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어린 시절 아가를 위해 당신의 입 안에서 음식을 꼭꼭 씹어 주시던 어머니의 그 지극한 사랑의 침이 아닐까.

* 곧 출간될 이성복 산문집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을까>>의 뒷표지 글로 쓰여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