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신작시] 深情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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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두운 물속으로 던졌다
물은 우리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나는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속은 입을 다문 채 무겁게 흘러가버리고
나는 다시 맨바닥에 남겨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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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비밀이어야 한다고
나는 돌멩이처럼 말했다
내 말이 굴러가는 소리,
물이 흔들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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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두운 물 아래로 흘러갔다
그때 나는 얼굴이 없었다
얼굴이 없어 눈물도 없었다
표정은 우리의 오해일지도 모른다
내가 점점 멀어져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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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첨벙거리는 물결이
멀리서부터 가깝게 다가왔다
울음을 참아내는 소리
사람이 무게를 견뎌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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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속에 앉아 있었다
파쇄된 리듬처럼 굳어버렸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번질 수 있는 것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