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칼럼] 사소한 이야기 |한강|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어떤 자리에서 소설 쓰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글쓰는 일이 괴로운가’ 하는 이야기가 잠깐 나왔습니다. 그분은 괴롭다고 했고 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자꾸 괴롭다고 하고, 저는 자꾸 아니라고 하다가 서로 웃으며 화제를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그 순간을 돌이켜보니, 어쩐지 부끄럽고 쓸쓸해집니다.
실은 그 대화를 나누며 그분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 무렵 제가 수년째 손이 아파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쓸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사람의 마음으로 저는 그 질문에 대답했던 것이었습니다. 결코 글쓰기에 대해 그분보다 특별한 애정을 가졌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후 시간이 흐르고, 제 손은 차츰 회복되었습니다. 더 이상 물리적인 어려움 없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지금, 그분과 제가 서로 웃으며 ‘글쓰기의 괴로움’에 대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던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그때의 나는 정말 글쓰는 일이 괴롭지 않다고 생각했을까요. 지금의 나는 글쓰는 일을 괴롭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때로는 괴로워하고 때로는 괴로워하지 않을까요.
오래 전, 제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 어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아이를 안을 때 절대로 ‘무겁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이 컸다’고는 말해도 되지만 ‘무겁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금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무겁다’는 건 아이를 들어올리는 사람의 자세와 연결되는 감각이니까. ‘무겁다’는 말 속에 단 0.1퍼센트라도, 그 대상이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을지 모르니까. 혹시라도 그 마음이 실현되어서는 안되니까.
어쩌면 그때 저는, 아기가 ‘무겁다’고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글쓰는 일이 괴롭지 않다고 말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짧은 글을 쓰는 지금도, 글쓰는 일이 조금도 괴롭지 않다고 믿으려는 마음-실은 조용한 두려움-이 제 안에서 만져집니다. 몇 년 전에 나눈 사소한 대화의 끝에 그랬던 것처럼, 어쩐지 부끄럽고 쓸쓸해지는 저녁입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