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신작시] 이별하는 사람처럼 |김소연|

만약 언젠가
돌 하나가 너에게 미소 짓는 것을 본다면,

그것을 알리러 가겠니?
- 기유빅, 「만약 언젠가」

이별하는 사람처럼
할 말을 조용히 입술 안에 담궜지

비가 왔고
앙상한 나뭇가지 관절마다
물방울들이 반짝였지

우리는 물방울의 개수를
끝없이 세고 싶었어
이만이천스물셋 이만이천스물넷……

나는 조용히 일어나
처음 해보는 것처럼 수족을 움직여
찻물을 끓였고

수저를 달그락거리며
너는 평생 동안 그래온 사람처럼
오래토록 설탕을 녹였지

해가 조금씩 기울었지
베란다의 장독들이
그림자를 조금씩 움직였지

선물처럼 심장에서 무언가를 꺼내니
내 손바닥엔 까만
돌멩이 하나

답례처럼 무언가를 허파에서 꺼내니
네 손바닥엔 까만 돌멩이
하나

이별하는 사람처럼 우리는
뚱한 돌멩이가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