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신작시] 육식의 종말 |이기성|

너의 이빨은 어떻게 너의 살을 만나는가
그것이 구름이 아니라면 겨울이 아니라면
그것이 살아있는 입이 아니라면

날씨가 이상하게 맑고 육식의 얼굴 위에 푸른 냇물이 돋는데
가을이 흐르는데
어제의 이빨이 희게 사라지는데
너는 어떻게 죽었나
너의 살이 햇빛 속에서 빛나는데
지구의 어두운 가슴이 천천히 무너지는 소리
너의 피가 흐르는 소리

이것은 나의 이빨이 처음 어루만지는 너의 살, 너의 혀, 그리고 너의 영원한 시체

잿빛은 뼈가 아니다, 노동이 아니다
그것은 움직이며 흔들리는 얼굴의 저편
사방을 빈틈없이 메운 공기들이
너의 시체를 먹을 때
흰 눈처럼 쏟아지는
말의 하루
혀 위에서 천천히 녹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