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말] 문학-독자-공동체 | 김주선 |

[11월의 말] 문학-독자-공동체 | 김주선 |

kimjuseon   한국 문학과 독자의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특히 평론은 독자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독자와 문학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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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문장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대안을 내놓기 위해, 내놓은 대안을 실현하기 위해 일을 한다. 달리 말해 노동을 한다. 가시적인 성과가 쉽게 나오지는 않는다.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건 운이다. 기획을 끊임없이 다시 고쳐야 한다. 대개 기획의 영구 개혁은 이전의 기획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획은 전문가들이 한다. 직접 책을 접하는 일반 독자의 수많은 목소리가 묻힌다. 둘째, 이것은 노동이다. 즐거움이 갈수록 줄어든다. 
    
  그렇다면 해법도 두 차원이다. 첫째, 독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둘째, 일의 원동력은 즐거움이어야 한다.

  1) 독자의 참여는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나 한국 문학과 독자의 관계에 대해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도 제각각이다. 독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평등주의적 사고는 문제를 혼돈으로 몰아간다. 일단 한국 문학과 독자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의견을 내고 구체적으로 실행하려는 열성적인 사람을 모아야 한다. 그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의 참여를 열어두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워크숍은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활동 주체로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 최종 목표는 모두가 한국 문학의 팬이 되는 것이다. 이로써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될 것이다.

  2) 즐거움은 어디서 얻는가. 바로 그 참여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에게 일은 즐거움을 준다. 워크숍은 즐거움을 배가한다. 팀은 공동의 목표 속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식사, 티 타임, 여행, 회의, 회의 이후의 뒷풀이는 관심사가 같은 사람이,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이 모여서 보내는 시간이다(물론 도중에 너무 큰 이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워크숍은 그것을 최대한 좁히기 위해 진행한다. 하지만 충돌이 발생한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문학과 독자의 관계에 대한 수는 무한하며 우리가 모든 미래를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 충돌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사람과 신뢰가 쌓이고 친밀감이 형성되면 우정이 싹튼다. 일이 즐겁지 않을 수 없다. 팀이 맡은 프로젝트가 조금씩 성과를 보이는 것 같기라도 한다면 그때의 기쁨은 배가될 것이다.
  이제 과제와 그 해결에 대한 태도는, 

    ‘해야 하는 것 — 할 수 있는 것’에서 
    ‘해야 하는 것 — 할 수 있는 것 — 하고 싶은 것’으로 변경된다.

   여기서 멋이 추가되면 좋다. 활동하는 것이 멋지다면 그 안에 소속된 사람들의 소속감과 만족감은 더 커진다. 외부의 시선도 신경 써야 한다. 가급적 좋게 비쳐야 한다. ‘좋음’은 ‘공감’과 ‘연대’를 가져오는 감정이다. 타인의 행동을 자극할 수 있는 가치를 배제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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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출판사나 작은 서점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출판사는 자신의 성향이나 자본에 맞춰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작은 서점은 자신들의 처지에 맞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출판사와 서점의 사람들이 그와 같은 커뮤니티의 성장을 촉진하고 또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만들어질 문학이, 문학과 독자와의 관계가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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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광주의 ‘검은책방흰책방’에서 이성민의 강연을 듣고, 야마자키 료라는 사람의 책을 읽은 뒤 작성한 것이다. 글의 출처를 밝힌다. 
—야마자키 료, 『커뮤니티 디자인』, 민경욱 옮김, 안그라픽스, 2014. 
—야마자키 료 외,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 염혜은 옮김, 디자인하우스, 2014.

문학평론가. 2015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