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칼럼] 커피와 담배 |박정대|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갑자기 행복해진다. 하늘이 파랗고 맑다. 문득 겨울이다. 문득 생을 느낀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울 때마다 생을 꿈꾼다. 물론 톱밥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찻물을 끓이고, 담배를 피우며 바라보는 풍경이 깊은 산속이거나 바다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아무튼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오늘 하루를 산다. 더군다나 요즘은 여러 종류의 담배가 출시되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산다. 골라 피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담배를 달리 선택해 피운다. 요즘 즐겨 피우는 담배는 카멜, 시가, 말보로, 럭키 스트라이크, 다비도프 등이다. 해외여행을 할 때도 낯선 도시에 도착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담배를 파는 ‘타박’이었다. 포르투나, 소피아네, 카페이아, 골루아즈, 체 등이 해외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담배의 이름들이다. 담배 골초였던 프로이트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담배 연기, 냄새, 담배를 입술에 물 때의 촉감 등은 인간의 내면에 여섯 번째의 묘한 감각을 형성한다. 그것은 내면으로 통하는 출구의 역할을 하는 감각이다. 나는 이번 겨울, 담배에 관한 짧은 책 하나를 쓰려고 한다. 그것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 젊은 소설가 두 명의 횡설수설 대담 비슷한 영화 관람기를 읽다가 조금 실망한다. 한 명은 담배를 끊었고 다른 한 명은 담배를 끊는 중이라 한다. 그들에게서 이제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내 오래된 고질적 편견이다. 도로 흡연 금지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도로 취중 보행 금지법은 추진 안하나? 우라질. 허균 성의 말처럼, 그대는 그대의 법을 따르게 나는 나의 길을 가겠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짐 자무시 감독이 와서 <커피와 담배> 한국판을 찍잔다. 헤이, 짐! ‘스스로 없는 시(自無詩)’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시, 거대한 근원이겠지! 그러니 오랑캐들이여,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자. 삼척에도 가고 활도 쏘자. 모든 것이 가능한 삶의 거리에서 우리는 언제나 가능한 불가능한 것을 꿈꾸자. 톰 웨이츠의 <잭키 풀 온 더 버번>이 흐른다. 깊은 내면의 계절이 오고 있다. 오랑캐들과 이별할 시간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