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황색예수』 신판 표4의 글

김정환의 『황색예수』 신판 표4의 글

yellowj   애초부터 ‘장편연작시’라 명명된 『황색예수』는 김정환 시인이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한결같이 “버팅겨” 구현하고자 했던 변증법적 운동의 삶을 뜨겁게 꿈틀대는 용암의 ‘노래’로 분출시킨다. 형식적으로는 ‘장편’(전체)과 ‘연작’(개체들)의 갈등이, 주제적으로는 ‘황색’(실체적 우리)과 ‘예수’(상징적 타자)의 갈등이 그 변증법의 단초가 되지만, 더 높은 차원에서 형식/주제의 “상호상승적”인 지향을 꿈꾸기 시작하면서, 이 시편들은 삶의 가장 나지막하고 구체적인 “꼬라지”들을 드높은 추상적 “관념”들과 거침없이 뒤섞여 흐르게 만드는 독특한 언어 연출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침내『황색예수』는 제3권에 이르러, 흐르는 도가니와도 같이 치열하면서도 유장한 열 네 굽이를 휘돌아 나아가는 시적 용암의 강이 된다.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용암과 바다가 만나 이루어내는 거대한 주상절리 절벽처럼 분절적이면서도 총체적인, 경이로운 인간적-사회적 자연의 풍경이다. 정치적 ‘예언’과 예술적 ‘아름다움’의 변증법을 마지막 명제로 제시하는 이 ‘총체시’는 그리하여 80년대 한국 민중문학의 가장 독창적이며 독보적인 미학 체계 그 자체이자 기념비로 우뚝 서있다.
— 김정환, 『황색예수』(1983~86), 신판, 문학과지성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