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신작시] 봄의 이유 |함성호|

내 뿌리는 썩었다
나를 사로잡고 있는 어두운 대지여
서사 없이, 말의 사건이여
참혹한 사랑보다, 참혹이여
상처에서는, 영원히 장식되지 않을
마주할 수 없는 상처여
꿈에서는, 영원히 깨지 않을
반복되는 악몽이여
뼛속 깊은 추위가 내 뿌리를 만져주고 있다
나는 조금 더 깊은 우물이다
나의 혀가 너의 귀에서 찰랑이는 이유다
사금파리로 난자당한 겨울숲의 상처에서부터
울컥, 잎이 돋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잎 없는 사랑이,
이 고통과 쾌락의 나무가 이루는 치정이라는 것이,
결코 살아 있은 적 없는 부활이었다는 것이,
이 봄의 이유다
꽃피겠지
모두 화려해지시길
(이제 우리 헤어질까?
곧 봄이 올 거 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