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신작시] 나의 아라비안 나이트 4 |심재상|

– 부림장 여관

침묵을 사랑하는 자는 침묵에 깔려 꺽꺽댈 것이요, 말을 사랑하는 자는 말에 체하여 캑캑댈 것이다. 네 비명소리가 네 형이 되고 네 웃음소리가 네 누이가 되는 날이 룰루랄라 혼자 나풀대며 올 리야 있겠냐만, 펄펄 끓는 모국어의 모래 위에 각혈하듯 점점이 뱉어냈던 꾸덕한 네 절망이 하룻밤 사이에 고스란히 네 오아시스로 바뀌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라. 칼끝 하나만으로 등판 전체를 문신 새기는 몸부림, 그 캄캄한 점묘법으로 자신도 모르게 네가 네 말의 용틀임을 선취했을 뿐이지만, 텅 빈 공덕도 공덕은 공덕, 거듭 꼬리를 잘라내며 네가 기어온 길이 저렇게 비늘을 번쩍이는 뱀으로 살아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