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적 의식, 실험적 실천

전위적 의식, 실험적 실천

bitter_write2—『쓺』 2호 특집 편집의 말

    문학 실험이 미지의 상상 세계를 열기 위한 언어 탐구의 구체적 실천이라면, 그 실천을 추동하는 어떤 정신적 에너지가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새삼, 그것을 전위 의식이라 부르려 한다. 지난 세기의 문화사가 증거하듯이, 전위 의식은 어떤 단일한 이념적 실체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질곡으로 화한 기존의 세계 체제를 총체적으로 해체·재구성하려는 전복적 의식 혹은 태도 그 자체를 일컫는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인간의 진화 과정에 변함없이 동행해온 그것은 이를테면 위기를 직관할 때 작동하는 유전적 자질로서의 부정 정신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그러한 전위의식이 지금 이 시대에도 새롭게 재생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가 정교하게 우리의 감각과 무의식마저 지배하고, 가상현실이 압도적으로 실제현실 위에 군림하면서 유사 전위들이 활개를 치고 소비되는 이 세계 사회 속에서, 이제 진정한 전위적 유전자는 소멸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위기감 속에서 우리는 이번 특집을 마련한다. 여기서 우리는 우선 지난 세기의 전위적 활동들을 역사적으로 돌아보며 새로운 전위의 가능성을 희미하게나마 타진해 보려 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선별된 몇 개의 국면만이 개괄적으로 다루어졌고 한국문학 논의에서는 필자들의 개인적 입장에 따라 글의 형태가 애초의 기획 의도와 달라진 면도 있지만, 이 특집이 우리의 문제틀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실천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편, 특집에 덧붙여진 ‘현장의 목소리’에는 자연스럽게 전위에 대한 반성적 성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당연하지만, 전위 의식의 근본엔 무엇보다 치열한 자기반성이 있다. 세계를 부정하기 전에 자기를 부정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자기반성이 없는 전위는 전위가 아니라 가식이거나 선동이다. 기본적으로 전위라는 용어가 어떤 문화적 운동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한 비평적 시선에 의해 밖으로부터 부여되는 것이지 그 운동의 주체들이 자기를 선전하기 위해 내세우는 자기 현시적인 것이 아닌 까닭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