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신작시] 몽유 | 이민하 |

[봄맞이 신작시] 몽유 | 이민하 |

   어둠 속에서 그녀가 나를 깨웠다. 다리를 다친 노랑이가 사라졌다며 전화기 속에서 떨고 있었다. 라라는 꼭 돌아올 거라고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부러진 다리를 끌고서라도 가장 따뜻했던 자리로 돌아온다고. 아무도 없는 겨울 새벽길을 나가 보았다. 그녀 집 앞에 들러 보니 녀석이 정말 와 있다. 뒤척거리고 있을 그녀에게 소식을 전했다. 겨우 잠들었을지 몰라 문자로 남겼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새끼 노랑이가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다. 녀석과는 세 번째 만남이지만 남은 캔을 따는 사이 달아났다. 내가 사라져야 배를 채울 것이다. 모퉁이에 숨어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의 밥이 필요했을까. 남기고 간 뒷모습이 나를 붙잡았다. 텅 빈 젖이 달처럼 차올랐다. 젖꼭지에서 달빛이 뚝뚝 흘렀다. 라라가 생각나 다시 가 보았다. 더러워진 애인이 돌아와 있다. 여기저기 해진 몸에서 바람 냄새가 났다. 큰 소리로 울지 않아도 아픔은 눈에 띄는데 울긴 왜 우니. 상자 안에 방석을 한 장 더 깔아 주었다. 다시는 달아나지 않게 먹이를 주면서 그녀를 기다렸다. 이제야 잠에서 깼다고 응답이 왔다. 밤바다를 보러 왔다며 너무 멀리 있다고도 했다. 내 손엔 전화기가 없는데 귓가엔 그녀의 숨소리까지 들렸다. 천천히 잠이 왔다. 조금씩 굳어지는 다리를 끌고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누구의 꿈속인가. 라라와 애인은 어디 갔을까. 그녀와 나는 마주친 적이 없다. 내가 잠들면 누가 사라질까. 어둠 속에 누워 그녀를 기다렸다.

1967년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 로 등단하여, 시집 『환상수족』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모조 숲』 『세상의 모든 비밀』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