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신작시] 해석에 갇힌 음어(陰語) | 이이체 |

[봄맞이 신작시] 해석에 갇힌 음어(陰語) | 이이체 |

백지에 눕는다
밤이라서 내가 그믐만큼 뼈를 다듬고 있다

나태해지는 문

악의와 착오 사이에서
나는 숨 쉰다

가느다랗게 멀어지는 협궤열차

멀리서 우는 꾀꼬리들, 동굴에서 보는 세상처럼
울음소리가 희부옇다

빛은 가녀려서 좁아질 것이다

너무 늦은 고조와 너무 잦은 과장을 믿는다

환할수록 깊어지는 골짜기에서
속된 것을 여읜 승려가 핏줄을 낚고 있다

죄책감들만 건질 수 있을까

내게 미치지 않은 해일을 기다린다
저녁이 붉어져 주정하고 있다

살아서 펄떡이는 것을 보면 파멸하고 싶다

1988년 충북 청주 출생. 2008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하여,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 『인간이 버린 사랑』과 산문집 『당신을 헤매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