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문학상 심사 메모

한국일보문학상 심사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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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적인 심사평은 다른 심사위원이 수합 정리하여 썼기 때문에, 내 개인적으로 메모했던 내용을 이 자리에 올린다.)

   쉽게, 두 편의 장편으로 관심이 쏠렸다.
   이장욱의『천국보다 낮선』은, 소설 제목이나 각 장(章) 제목에서부터, 이를테면 혼성모방적 기법 같은 것을 대놓고—정직하고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우며 소설쓰기를 실험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고, 상당한 세련미가 느껴졌다. 그런 방법론적 탐색을 통해, 이 작품은 길항하는 의식들 사이의 편차와 중첩과 변형의 흐름을 만들며 기지(旣知)의 세상 밖으로 열리는 어떤 상상의 길을 뚫으려 한다. 그러나 그 길을 쫒아가는 독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한 듯하다. 특히 후반부에서, A가 부재하면서 존재하는 방식과 의미를 더 깊이 파고들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이 남는 그 끝자리는 역설적으로 낯설다기보다 낯익은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덧붙여 단점 하나를 지적하자면, 세 중심 화자들마다 각각 다른 세 문체가 구사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는, 우리가 직접 겪고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비참했던 어떤 실존적 양태를 기록으로 남기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전혀 낯선 세계가 펼쳐지는 것처럼 전개된다. 아니, 어쩌면 낯설다기보다는, 잊고 싶은 현실적 상처들을 구석구석 들쑤시는 데서 오는 집요한 통증의 누적이 우리의 일상적 감각을 착란에 이르도록 뒤튼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견디며 끝까지 읽게 해주는 힘은 쓰디쓴 웃음이다. 내가 보기엔, 한국소설에서 ‘블랙 코미디’가 발휘할 수 힘의 한 최대치를 보여준 소설로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의 미덕(?) 하나를 덧붙이자면, 이즈음의 한국 문학 전체의 지형도를 놓고 볼 때, 그저 기발하고 기이한—그래서 자주 허망한— 이야기들의 조립에 열중하는 소설적 ‘유행’에 대해, 그 반대편에서 문학적 저울의 균형을 맞춰주는 무게추의 역할을 적절한 시점에서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편들의 경우, 독특한 착상들이 엿보이긴 했지만 대개는 단편 특유의 예리한 힘으로 응집되지 못하고 있었다. 두 편쯤은 그냥 내려놓기 아까운 매력이 있었으나, 나머지는 어떤 착상이 떠오르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줄거리만 주저리주저리 써내려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치열한 문학적 문제의식, 탐구의식이 결여되었다 할지…
   그리고 어느 장면이나 분위기, 이야기의 흐름은 어디선가 이미 비슷하게 많이 봤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다른 소설에서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 같기도 했다. 자연히, 독자적인 문체는 고사하고, 개별 문장들마저 변별력이 거의 없었다. 그 숱한 오문들은 또 어이할꼬…

   공식적인 심사평 같은 데는 쓰기 힘든, 곁다리 생각 하나:
   특히 단편들을 읽다가 문득 스친 의문은, 예심을 거쳐 올라온 이 작품들이 과연 지난 1년간 발표된 작품들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들이 함께 펼쳐 보여주는 문학적 스펙트럼부터가 너무 좁았다. 내가 그 사이에 읽고 호감을 가졌던 다른 작품들은 다 어디로 버려졌을까? 이 의문은, 그렇다면 예심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을까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비단 이 문학상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의문이 아니다). 세 사람에 불과한 예심위원들이 그 많은 작품들을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충실히 검토할 수 있었을까? 나는 예심위원들의 역량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이건 역량의 문제를 넘어, 도무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과제를 떠맡아 해냈다는 데서 오는 다른 차원의 의문인 것이다. 혹시 예심이라는 형식 뒤에 한국 문단의 어떤 숨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게 암담해지니, 그냥 이쯤에서 멈추자.

(2014. 10. 22.)

  • 홍 승택

    지금 한국 소설에서 박솔뫼와 김태용과 한유주 어쩌면 김사과 를 제외하고는 예술은 새로워야 한다는 대체 불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머지는 소거하거나 생략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 홍 승택

    아 정영문이 아직 남아있다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한 정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