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칼럼] 결국, 형식인가 | 신승철 |

[8월의 칼럼] 결국, 형식인가 | 신승철 |

  shinseungchul홍콩 영화 <소림축구>(Shaolin Soccer, 2001)는 한마디로 축구에 대한 모독이었다. 무술과 축구의 결합이라는 발상도 유치했고,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연기나 코미디와 액션, 그리고 사랑 이야기까지 한데 버무린 주성치의 연출력에 거부감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2002년 5월 17일에 개봉했고, 같은 해 5월 31일부터 2002 한일 월드컵이 개막했으니 시의성도 맞아떨어져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기억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적을 기억하는가. 브라질의 스콜라리 감독은 3-5-2 시스템을 적용하여 진가를 보였고, 결국 결승전에서 브라질은 독일을 2대 0으로 이겨 우승했다. 터키는 3위, 우리나라는 4위였다. 얼마 전에 끝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결과도 상기해 보자. 4강전에서 브라질과 독일이 맞붙었고, 브라질은 독일에게 1대 7로 완패했다. 독일이 우승, 아르헨티나가 2위, 네덜란드가 3위, 브라질이 4위였다.
   브라질 스콜라리 감독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3-5-2 시스템을 활용하여 독일을 2대 0으로 이겨 우승했으나 12년이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전술을 썼다가 1대 7로 참패하는 수모를 겪은 셈이다. 과학적 분석으로 전략과 전술을 모두 바꾼 독일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다.
   주성치가 연출한 홍콩영화 <소림축구>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우발적이었다.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은 여전했으되 재미가 있고 유쾌했다. 더불어 축구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선수들의 움직임을 연기자들이 재현이나 대역으로 소화할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배우 송강호가 제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고 한들 메시나 네이마르, 심지어 손흥민의 드리블과 슈팅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겠는가. 상대적으로 축구영화가 많지도 않고 성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축구를 온전히 영상화할 수 없을 거라면 차라리 주성치의 <소림축구> 방식이 옳았다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다.
   문자화할 수 없는 사상은 철학이 아니라는 말에 반감이 들었었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사상을 책으로 남겼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예수도 자신의 생각을 문자화한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했을 뿐이었으니까.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영화화 할 수 없는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는 말이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처럼 읊조리자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결국 형식의 문제가 아닌가.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형식, 아무나 영상화 할 수 없는 소설은 얼마나 위대한가. 읽어보면 재미있고 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나 연극으로 재현하면 재미가 없는 소설. 그런 소설이 축구처럼 소중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나는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1965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199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 『태양컴퍼스』 등의 소설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