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시 재수록] 삼척 | 이준규 |

[헌시 재수록] 삼척 | 이준규 |

   — 이인성 선생께

    

   그는 동호대교를 건넌다. 그는 버스를 타고 동호대교를 건넌다. 다리 아래로는 강이 흐른다. 강에는 추억이 많다. 강에는 다른 것도 많다. 강은 무한이다. 강 위로는 다리가 있고 그 다리 위로 차들이 달리거나 멈춰 있다. 그는 동호대교 위를 달리는 버스 안에 있다. 앉아 있다. 그는 왼쪽 창밖을 보다가 오른쪽 창밖을 본다. 다른 다리를 보고 강 위에 떠 있는 물새들을 보고 텅 빈 강변의 축구장을 보고 예전에 살던 동네를 보고 멀리 남산을 본다. 다른 것도 본다. 광고판, 초소, 다리 위를 걷는 노인, 버스를 기다리는 노파, 보트, 유람선, 구름, 파란 구름, 아니 하얀 구름, 너의 얼굴, 그의 얼굴, 그녀의 얼굴, 너의 뒤통수, 너는 어디에, 그는 강을 건넜다. 그는 평양면옥의 정면을 유심히 본다. 그는 김수근의 작품이라는 경동교회도 유심히 본다. 그는 특히 한글로 달아놓은 작은 경동교회 문패를 좋아한다. 그는 김수근의 위상과 김중업의 위상을 헷갈린다. 외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동호대교를 건너 장충체육관과 태극당을 지나 경동교회와 평양면옥을 지났다. 지나면서 여자배구를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태극당에서 빵 몇 개를 사서 아버지와 장인에게 같은 개수의 빵을 나눠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왜냐하면 둘은 동갑이니까, 경동교회에 한 번은 들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건 약현성당에 들어가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주 하는 생각이 아니고, 약현성당에는 멋진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던데, 왜 노트르담 성당에는 안 들어가봤을까 생각했고, 평양면옥을 지나면서는 평양면옥은 우래옥보다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하지만 어복쟁반은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것도 남포면옥보다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근거는 없다. 그는 그가 가보지 않은 곳을 경시하려는 속성이 있다. 그는 이어서 동대문운동장지를 지나며 야구 보러 다니던 생각을 했고, 트랙을 뛰던 생각을 했다. 그가 태어나기 전에는 그곳에서 낫 등을 팔았다고 했고 장관이라고 했다. 그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국립의료원 쪽을 바라보았고, 국립의료원의 정원과 스칸디나비아 클럽을 생각했다. 스칸디나비아 클럽이 사라지기 전에, 그는 루와 함께 스칸디나비아 클럽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흥인지문을 지나고 있다. 흥인지문이라. 흥인지문은 흥인지문. 오른쪽의 이화동. 이화장. 왼쪽의 충신시장. 해질녘, 바람 불던 날, 그는 충신시장을 걸었다. 특이한 간판. 대장금토탈패션. 대학로. 서울대 문리대 앞. 하차.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다. 학림. 학림은 이제 다락 층을 제외하곤 금연이다. 음악 소리도 작다. 쏟아지는 몰다우 강, 같은 것을 느낄 수는 없다. 커피는 나쁘지 않다. 학림을 지나 조금 걷다가 내부수리중인 마리안느를 지나 언덕을 오르다. 그는 곧 다시 동호대교를 건너게 될 것이다. 그는 삼척으로 떠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가고 있다. 그는, 그가 아니라면, 그러나 그는, 언덕을 올라 언덕의 정점, 그 정점의 아래로 정확함을 가지고, 정확하게, 조금, 조금씩, 조금만, 내려가서 숫자를 누른다. 407. 응답 없음. 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주차장. 주차 하는 마당. 차를 머무르게 하는 마당. 수레를 머무르게 하는 마당. 수레 한 대가 둔덕을 이룬 수레를 머무르게 하는 마당으로 들어와 멈춘다. 주차되었다. 그는 주차장으로 마치 안회가 공자에게 접근하듯이 접근하여 수레 안에 앉은 그에게 인사한다. 바람은 찼다. 건물. 건물에서 그가 내려왔다. 셋은 건물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담배를 피우다. 신년 인사 교환. 그가 커피 네 잔을 들고 등장. 착석. 안전띠를 맴. 그가 귤과 찹쌀떡을 권함. 먹다. 떡고물을 흘리며 먹다. 언덕을 내려가는 수레. 그들은 다시 동호대교를 건넌다. 다리 아래에는 물. 물 위에는 다리. 다리. 다리. 다리. 그들은 지금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침묵. 그가 테이프를 밀어넣는다. 테이프가 들어가는 틈으로. 틈, 구멍, 조금 벌어진 틈, 균열, 상처, 협곡, 크레바스, 사이, 균열, 한대수, 비틀즈. 국도의 전문가. 그, 그들, 그것. 그는 졸린다. 그는 눈이 부시다. 너무 졸려요. 자라. 산, 산의 눈, 눈의 산, 나무, 봄을 기다리는 나무, 강, 남한강, 하안, 하품, 하늘.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시며. 그들은, 정면을 보거나 좌우를 바라본다. 그는 선글라스를 손에 잡은 후 얼굴로 가져가 쓴다. 그도 선글라스를 가져와야 했다. 그가 담배를 피울 때마다 그도 담배를 피운다. 그는 담배를 한 달 전에 끊었고 그는 담배를 아주 가끔 피운다. 그가 말한다. 차를 멈추지요. 차는 멈춘다. 그들은 식당으로 가는 문상객처럼 변소로 간다. 그들은 고속도로 위에 있다. 그들은 고속도로 위의 자동차 안에 있다. 그 자동차는 달리고 있고 그들은 앉아서 담배 피우고 노래 듣고 졸면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강릉의 초당으로 향하고 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설국을 기대하며 굴을 통과한다. 그는 지금 그가 있는 곳의 높이를 생각했다. 설국은 없을 것이다. 다만 두부가 있을 것이다. 그는 차에서 내린다. 그는 차에서 내린다. 그는 차에서 내린다. 그는 차에서 내린다. 그는 오죽을 본다. 그는 그에게 이리 와봐 여기 오죽이 있어라고 말한다. 그는 말없이 오죽을 본다. 그는 식당 앞 안내판 앞에 서 있다. 이리 와봐 이걸 읽어봐. 그는 그걸 읽는다. 초당 두부의 유래. 그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그는 변소로 간다. 그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그는 담뱃불을 끄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그는 앉는다. 그는 앉는다. 그는 앉는다. 그는 앉는다. 두부, 순두부, 막걸리. 그들은 식당을 떠난다. 그들은 옥계 해변에 이르러 차를 멈추고 방뇨한다. 옥계 해변은 그가 어린 시절 자주 가던 해변이다. 사진. 그들은 방뇨 후에 해신당을 향해 간다. 해신당. 슬픈 사랑 이야기. 나무로 된 수많은 자지들. 여기도 자지. 저기도 자지. 풍광을 망치는 자지들. 살풍경의 전문가들. 자지들. 자지대포. 올라가지 마시오. 자지 위에. 해신당. 그들은 해신당 옆 삼척어촌전시장에 들어간다. 그들은 삼척어촌전시장을 나와 해변으로 간다. 바다. 바다. 바다. 바다. 사진. 그들은 정라진항으로 간다. 정라진은 그의 이모가 살던 곳이다. 정라진. 젓갈을 연상시키는 정라진. 적나라한 정라진. 정라진 이모. 본 적이 없는. 어쩌면 보았을. 정라진 이모. 그들은 해금횟집민박에 숙소를 정한다. 방 두 개. 그들은 술을 마신다. 도다리회. 대게로 게장을 담았다. 그가 좋아하다. 그가 좋아하다. 그가 좋아하다. 그가 특히 좋아하다. 선생님 잡수세요. 왜 이러냐. 방. 축구를 보다. 한국 대 터키. 선생님 취침. 그와 그와 그는 편의점으로 가 맥주와 안주와 사발라면을 사다. 정라진의 편의점 소녀. 눈이 내리기 시작하다. 파도 소리 근사하다. 그와 그는 취침. 그는 축구 경기를 마저 관전하다. 방이 너무 뜨거웠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다. 다음날. 창문을 여니 눈발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파도는 도로를 삼킬 듯하였다. 언젠가 그가 꿈에서 본 풍경이다. 그들은 식당으로 내려가 곰치국과 전복죽을 먹다.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숙소를 떠나다. 떠나기 전에 다시 바다를 보다. 사진. 멋진 바다. 대금굴로 향하다. 대금굴. 대금굴 직전의 전나무 숲. 끝내 그의 기억에 남았던. 대금굴로 진입하는 모노레일. 안내원. 석회암. 폭포. 못. 종유석, 석순. 모노레일. 사진. 전나무 숲. 백숙. 백숙에 막걸리. 좀 모자라겠구나. 아니에요. 어린 개. 하얀. 사람을 좋아하는. 어린 개. 하얀. 백숙. 맛있는 백숙. 삼척 시내. 그는 백암으로 그와 그와 그는 서울로. 파도. 파도. 파도. 파도. 포말. 포말. 포말. 포말.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차가운 바람. 그와 그는 지하철로 그는 버스로. 다음날. 삼척. 기록적인 폭설.

  (이준규 시집, 『삼척』, 문예중앙, 2011)

1970년 수원 출생.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흑백』, 『토마토가 익어가는 시절』, 『삼척』, 『네모』, 『반복』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