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신작시] 앵무조개 | 나희덕 |

[봄맞이 신작시] 앵무조개 | 나희덕 |

  앵무조개, 앵무조개, 앵무조개, 앵무새처럼 며칠을 중얼거린다.

  앵무새의 부리를 닮은 앵무조개. 새의 성정을 타고나 바닷물 속에서 살아가는 앵무조개. 한 번도 짠물을 벗어나지 못한 앵무조개. 그러나 모래에 처박혀서만은 살 수 없는 앵무조개. 날개도 빨판도 없이 물결에 둥둥 떠다니는 앵무조개. 구십 개의 촉수로 먹이를 찾고, 위험할 때는 어룽거리는 물그림자에 얼룩의 몸을 숨기는 앵무조개. 나선형의 껍데기 속에 격벽의 방들을 만들어가는 앵무조개. 그것만이 성장의 징표라는 듯 더 많은 방 속에 더 신선한 공기를 채우는 앵무조개. 방 속에 하늘을 품은 앵무조개. 언제라도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앵무조개. 그러나 끝내 날아가지는 못하는 앵무조개. 발에 매달고 다니는 껍데기 속에 알을 부화시키는 앵무조개. 새끼들이 떠나고 나면 유유히 길 떠나는 앵무조개. Argo. 그리스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배 이름. 신성한 말을 할 수 있었던 앵무조개 한 척.

  앵무조개, 앵무조개, 앵무조개. 인간의 말 따위는 받아먹지 않아도 되는 새.

 

1966년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집 『뿌리에게』,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등과,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서 오는가』 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