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몽 셍 미셸 가는 길 | 유하 |

멀리 놔두고 싶어, 그럴 수만 있다면 언제나.
왜 멀리?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이 있지.
— 이인성 소설집, <<강 어귀에 섬 하나>>

노르망디 해변,
금빛으로 익은 드넓은 초원 위로
양떼들은 구름과 더불어 놀고
젖은 바람의 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뭍이 끝나는 곳
자그만 바위섬 위에 세워진 수도원이 보여요
밀물이 들고 어둠이 내리면
그 몽 셍 미셸 수도원은 하나의 섬이 되지요
거대한 수정이 박힌 듯
별보다 시리게 빛나는 섬이 되지요
저 중세의 수도원은 얼마나 소중한 걸 간직해야 하길래
사람들 발길 닿지 않는 머나먼 곳에서
스스로 섬이 되어야 했을까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아요
(지나간 중세의 욕망은 한갓 뭉게구름일 뿐)
멀어서 아름다운 것들은
먼 대로 놔두어요
내 마음 아주 먼 곳에도
수정으로 빛나는 것이 있지요
다만 멀어서,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
다가갈 수 없기에 영원히 존재하는 그 무엇
그 이름을 성(聖) 그리움이라 부를까요

* 몽 셍 미셸: Mont St. Michel
(<<현대문학>> 1월호 발표작)

* 유하 시인은 <<무림일기>>,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저녁>>,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200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