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름이 없으면, 장미의 향기도 사라지리라 | 함성호 |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괴롭다
얼마나 가슴 깊은 곳에서 너의 이름을 불렀는지
그만, 마음이 흐려져버렸다
어떻게 너를 잊어
우리 영영 이별할 수 있을까?
어느 외마디 비명소리라도
너의 이름 아닌 것이 없으니
이름이 없으면,
이 사무치는 불의 마음도 사라지리라

씨앗은 숲을 괴로워하니
숲에 나무가 거리의 나무에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잎과 줄기를 반복해서 피워올리니
왜 늙음을 경험하는 것일까?
누가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그의 이름을 불러
어떻게 너를 잊어, 우리 서로 모르는 채
자주꽃 방망이 핀 습지를 지나칠 수 있을까?

어두운 너를 깨우는 것도 늘 나였으니
너는 항상 겹겹의 옷을 입고
걸인처럼, 우리가 하나하나 그 남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다
추위에 떤다

다시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게
꽃을 보려거든, 이름 없이 태어나라
봄 한 시절에 피는
저게 무슨 꽃인지 나는,
그 해 여름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얼마나 고요히 너의 이름을 불렀는지
몸은 안개처럼 흩어져
너의 이름 아닌 것이 없으니
이름이 없으면,
속으로만 한없이 부르던 노래도
세상의 모든 향기도 사라지리라

* 건축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함성호 시인은 시집 <<56억 7천만 년의 고독>> <<성 타지마할>>을 펴냈다.
(20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