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칼럼] 공공 의식을 위하여 |정현종|

며칠 전 한 신문이 서울 지하철 전동차(특히 1, 2, 3호선)에서 발견된 중요한 결함에 대해 보도했다. 전동차의 주요 부품인 기어행어브래킷에 균열이 나 있으며, 그것을 ‘땜질’만 한 채 운행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상태로 계속 운행할 경우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뒤 그 신문은 속보를 통해 서울시장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서울 지하철 본부 관계자도 중립적인 기관이나 인사로 하여금 조사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노조 90여명이 모여서 지하철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조사를 해서 그 주요 부품의 균열이 매우 위험한 것이라면 즉각 새것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지 간에 사람의 생명이 관계되는 일에 돈이 우선적으로 쓰여져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그 동안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각종 재난을 겪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 전동차의 균열된 주요 부품 교체를 촉구하기 위해서 이 글을 띄우는 건 아니다. 한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공공 의식의 전면적인 부재, 한 사회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각종 기관들의 기획과 집행, 돈벌이와 쓰기, 놀이와 자동차 운전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퍼져 있는 공공 의식의 결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위의 기사에서 서울 지하철 노조원 90여명이 모여 지하철 안전 대책을 촉구했다는 것은, 자신들의 생명이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서울 시민의 생명이 걸려 있는 문제이므로, 가령 임금 인상 투쟁에 비해 훨씬 더 기분 좋은 모임이요 요구라고 생각되는데, 그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그 모임과 요구의 밑에 깔려 있는 공공성 때문이다.
요새 각종 이익 집단들의 시위가 성행하고 있는데, 그 시위가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그 움직임에 공공 의식이 들어 있는 게 느껴져야 한다. 가령 의사들이 환자들한테 지나치게 부담을 지우는 값으로 파는 약이나 효과가 의심스러운(한 신문의 보도를 보면 한국에서 생산되는 약의 80% 정도가 효과가 없다고 한다) 약은 쓰지 않겠다고 결의한 적이 있는지, 또 모든 종합병원들이 예컨대 모든 약의 성분을 검사하는 자체 검사 기관 같은 것이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약사들도 마찬가지다. 불량 약품을 팔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거나 소비자에게 위험성 높은 약을 되도록 많이 팔지 않고 조금이라도 좋은 제약회사 약을 팔자고 결의하기 위해 모인 적이 있는지…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지금의 시위와 싸움이 보다 설득력을 지닐 것이라는 얘기다.
내가 사는 아파트촌의 버스 정거장에는 항상 승용차들이 주차하고 있어서, 버스는 차도 가운데 서고 승객도 차도 한가운데까지 나가 타는 게 보통이다. 언젠가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바로 정거장 앞에 지프를 세우고 사람이 내렸다. 나는 여기가 버스 정류장 아니냐고 말했더니, 그 남자는 나를 향해 “잘났어요!”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가버렸다(하긴 요새처럼 험한 세상에 더 큰 봉변을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공공 의식의 수준은 대체로 그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인(公人)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개탄조차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정현종 시인은 <<사물의 꿈>>에서 <<갈증이며 샘물인>>에 이르는 7권의 시집과 <<정현종 시 전집>>, 그리고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등의 3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200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