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막차 뒤에 남은 사람 |윤병무|

당신은 남고 나는 막차를 타고 떠납니다
어찌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당신은
떠나는 내가 뒤 창가에서 흔드는 손 사이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내가 떠나고 나면
어느 날, 청춘이었던 당신의 속눈썹에 떨어진 첫눈처럼
곧 소멸될 당신임을 알면서 나는
입안에서나 맴도는 작별 인사로 혓바닥이나 씹으며
당신을 남기고 떠납니다
떠나는 나처럼 떠나고 싶어
저물녘의 소낙비처럼 쏟아지던 당신의 눈물
그 격정의 몸짓이 아직도 당신의 몸을 흔들고 있는데
나는 그믐의 어둠 속으로 달리는 막차에 오릅니다

그런 나는 당신이었다가 나였다가
결국 승강장에 남아 한 그루의 가로수가 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잡은 당신은 나는
오늘도 막차를 타고 떠나가다가도 다시 남아
가로수 한 그루가 더 됩니다
둘러보면 즐비한 가로수들, 가로수의 깊은 뿌리들
많은 날 동안 만져도 반응하지 않는 당신은
어느 날 떠나기로 작정한 나를 지켜보며 괜히 슬픈 척
때 이른 나뭇잎 한 장을 떨어뜨립니다
그 구부러진 나뭇잎을 주워 들고 잠시 서 있던 나는
몇 걸음을 걸어가 다시 당신과 함께 일렬로 섭니다

* 윤병무 시인은 곧 자신의 첫 시집 <<막차 뒤에 남은 사람>>(가제)을 펴낼 예정이다.
(200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