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불가사리 |강정|

감히 내가 죽은 줄 알았단다
뇌수의 팽팽하던 신경들이 톡톡 부러졌단다
머리 터져 핏물 든 밤이 남해 먼 바다 해일처럼 드셌단다

죽지 못한 몸에선 아직도 공사가 한창
거울 속 유년을 삼킨 용 한 마리 인두겁 쓰고 솟았다던데
귓바퀴 달고 돌다 핏줄 어느 구석엔가 죽은 쥐처럼 박혀버렸단다
썩지 못한 껍질을 말리는 중이란다

울부짖지 못하면, 목을 따서라도 쫒아야 한단다
잠 못든 밤, 여직 못간 죽음의 나라
열쇠로 걸린 어미 얼굴 지워야 한단다
피 흘리고 골을 터쳐야 한단다
산 송장에서 솟는
붉은 비를 맞아야 한단다

새끼를 낳으면, 신경을 쇠로 이어야 한단다
쇠로 키워야 한단다 불에 깍이고 물과 간통하도록
잘디잔 신경 마디마디 은빛 녹(錄)을 입혀야 한단다

살을 지펴 지평선까지
철갑을 두르도록 아이야–
인간이 아닌, 괴물이어야 한단다

* 강정 시인은 시집 <<처형 극장>>을 펴냈다.
(2000.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