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영혼의 새 |김소연 |

좁디 좁은 이 세계 어디에도
둥지를 틀 곳이 없었던 새를 보았습니다
그만큼 커다란 날개를 가진 자였습니다
나, 오른쪽 날개를 꺽어, 뜯어, 내던지고,
그 자리에 새를 들여앉혔습니다
그 자리가 아프곤 아프곤 했습니다

내 오른쪽 날개가 온 몸으로 펄럭입니다

(부디
여기가 너의 처음이기를
네가 나의 마지막이기를)

발이 없는 발목에서 싹이 나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 어디든 내려앉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온 몸을 펄럭이며 한쪽 날개가 되어주는
이 새가 내 무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른쪽 겨드랑이에서 땀이 얼고 있습니다
밤서리들처럼 반짝반짝거립니다
나의 새를 보십시오 나는 눈부십니다
* 김소연 시인은 시집 <<극에 달하다>>를 펴냈다.
(2000.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