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막에서(2) |이원|

광막한 전화번호부 한 권이
펼쳐져 있어요 지평선 끝까지 쌓인
모래 속에 까맣게 박혀 반짝이는
저 숫자들은 아직은 인간의 별이에요
점멸하는 별들이 움켜쥐고 있어 지평선은
철조망처럼 빛나요
위구르어로 살아서는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땅이라는
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나도
발바닥이 연한 단봉 낙타와 함께
건너가는 중이에요 낙타의 발굽도
많이 닳았어요 내 별도
많이 그을렸어요
저기 저 앞에 가로놓인 천산 산맥 위로
하얗게 바랜 천상의 별들이 들어서는 지금
갑작스런 부음을 전한 한 사내의
저장 위치를 찾기에 사막은
너무 복잡하고
너무 깔끔하네요
그러나 배터리가 남은 휴대폰은
바지 주머니에 있고 심장의 박동은
아직도 모래 속으로 번져나가고
미처 벗어놓지 못한 내 그림자는
지평선의 벼랑에 걸쳐져 있어요
한 사내가 나사못처럼 이 사막의
동남쪽에 조여져 있었든
북서쪽에 조여져 있었든
그 또한 그의 죽음 또한 이 거대한
사막을 가동시키는 배선인 걸요
천산의 그림자는 언제나
인간의 별들을 그물처럼 덮치는 걸요
* 이원 시인은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펴냈다.
(200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