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 나무 |김기택|

꽃과 잎들은
거북등 속에 숨은 거북이 머리처럼
두꺼운 나무 껍질 속에 웅크리고 있다.
함박눈이 아무리 유혹해도
가지 밖으로 목을 내놓는 일이 없다.
돌처럼 겨울을 나는 두꺼운 나무의 갑각,
그 속에서 꽃과 잎들은 죽은 척
어두운 눈알을 굴리고 있다.
산의 정기를 칼날 끝에 모은 찬바람에
숨죽여 귀 기울이고 있다.
찬바람 말고는 모든 것이 죽은 듯한
이 겨울에도 꽃과 잎은 자란다.
아직까지는 수액인 꽃과 잎에
추위에 독하게 익은 빛과 향기가 스며
잎이 꼼지락거리며 돋아나기 시작한다.
알갱이 같은 꽃망울이 생기기 시작한다.
통통하게 알이 밴 가지들은
머지않아 얼음이 녹으면
분수처럼 일제히 잎을 밀어 올릴 것이다.
그러나 나무는 늙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바람의 크기만큼만 움직일 뿐
통 다른 기척이 없다.

* 김기택 시인은 <<태아의 잠>> <<바늘 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등의 시집을 펴냈다.
(20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