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헬스클럽에서 |차창룡|

– 실내 고행림(苦行林)

우리의 몸은 부처이니
공양하라 생로병사라는 네 마리의 뱀에게
달려가라 트레드밀*이여
정진하라 자전거의 페달을 끊임없이
법(法)의 페달을 돌려라
자전거는 결코 가지 않을 터이니
자전거를 타지 못할지라도 안심하라
우리들 몸의 허물이 벗겨져서
새로운 허물이 자리잡을 것이니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는 못생긴 프시케여
어서 버터플라이**에 오르라
애벌레는 번데기 되고 번데기는 나비 되리라
프시케는 꿈을 꾸고 있다
달걀 같은 가슴을 찢고 수많은 나비떼가 날아오르는 꿈
쇠로 된 바퀴를 들어올리는 개미들이여
굴러가지 않는 바퀴에 감사하라
감사하고 또 감사하라 구르지 않는 바퀴가 곧
법륜(法輪)이니 구르지 않는 바퀴를 끊임없이 굴리다 보면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드는 것이 그것이니라 그리하여
몸을 혹사하는 것이 몸을 경배하는 것이니라
달팽이들이여 인욕(忍辱)의 정신으로
하늘에 걸려 있는 나뭇가지들을 잡아당기고 잡아당기련
자신의 몸에게 절하고 자신의 몸을 번쩍 들어올리련
두 손으로 두 발을 잡고 몸 속에 허공을 집어넣으련
이제 산이 없어도 등산할 수 있고
강이 없어도 도강할 수 있는 경지가 펼쳐질 것이니
육륜(肉輪)을 떼구르르 굴려보련
몸 속에서 산이 솟아오르고 강물이 흐르지 않느냐
아 아름다운 몸의 숲에서 몸의 바다에서
지수화풍이라는 네 마리의 뱀이
혀를 날름거린다 개구리들이여
달려라 돌려라 들어올려라
밀어라 당겨라 한껏 인상을 찌푸려라
이런 동작은 몸의 우주***를 개벽시키기 위한
지극히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동작이니
이런 동작을 반복하면 언젠가는 죽을 수 있다

* treadmill : 흔히 러닝 머신(running mahine)이라고 하는 회전식 벨트 위에서 달리는 운동기구. 옛날 감옥에서 죄수에게 징벌로 밟게 했던 바퀴이자 다람쥐 따위가 돌리는 쳇바퀴, 그리고 단조롭고 따분한 일이라는 뜻도 있다.
** butterfly : 나비처럼 생긴 운동기구로 가슴 근육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플라이(fly)라고도 한다. butterfly는 ‘나비’ 외에 변덕스러운 사람, 변덕쟁이, 허영꾼, (특히) 경박한 여자 등의 뜻도 있다.
*** 몸의 우주 : 소설가 박상륭의 용어.

– 차창룡 시인은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과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를 펴냈다.
(200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