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중심의 괴로움 |김점용|

–꿈 101

<사우나탕인데 대청마루 같은 곳(한증막 같기도 하다)에 나와 어떤 남자가 앉아 있다 우리는 그곳을 수건으로 가렸다 그와 눈빛이 마주치자 내가 입을 맞춘다 마치 그러기를 기다렸다는 듯 매우 자연스럽다 그의 귓불과 목을 애무한다 그러면서 그의 가슴을 더듬자 물컹, 만져진다 그를 다시 보니 여자다 난 그게 당연하다는 듯 다시 그 일에 몰두한다>

몽정을 쏟은 꿈처럼 비릿하다
빳빳한 중심
언젠가 사우나탕에 갔을 때
내게 밥을 사 주겠다던 점잖게 생긴 중년
숙취도 못 푼 채 나와 버렸지만
마음이 숨겨둔 은밀한 사잇길을
내 몸은 가보고 싶었던 것일까
리비도의 방향이 불온하다
즐비하게 늘어선 내 안의 검문소들

* 이 시의 제목은 김지하의 시 제목을 그대로 패러디함.

□ 김점용 시인은 최근 첫 시집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를 펴냈다.
(200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