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할머니 기계는 여전히 작동중이다 |이찬|

할머니 기계는 소주를 먹고 산다 소주를 먹으며 알딸딸하게 굴러간다 간혹 그 기계를 건드리는 사람들 언제 갈꼬 편하게 갈끼다 소주를 먹인다 소주 먹은 기계 할머니는 이젠 덜커덕거린다 한다 소주를 부어도 담배를 삼켜도 기계가 윙윙거린다 한다 할머니를 꽂은 코드가 빠졌는지 모른다 청춘을 실어 나르는 전깃줄 전기를 마시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할머니 기계는 초록을 먹고 산다 초록으로 떼를 두르는 그 기쁨의 나라 언젠가 끌려가 삶을 고백하는 그 날을 그리는지 모른다 할머니 기계는 이젠 작동이 쉽지 않다 한다 그 많은 전류들을 다 흘러보냈기 때문이다 아직도 할아버지의 전압으로 퓨즈가 나갈 때가 있다 여전히 할머니 초록 기계는 작동중인가 보다

* <<문학과사회>> 1997년 겨울호를 통해 등단한 이찬 시인은 첫 시집을 준비중이다.
(200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