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늘 몸은 |이철성|

매일 밥상 앞에서 몸은 건강해지길 기도한다.
야채들은 몸이 겸손해지는 것을 돕고
고기는 몸이 대담해지는 것을 돕고
생선은 몸이 유연해지는 것을 돕고
과일은 몸에 윤기를 돌게 한다.

몸은 매일 밥 앞에서 달라지길 기도한다.
살아 생전의 생물들은 죽음을 겪자마자
몸 속으로 들어왔다.
몸은 그 많은 것들을 하나로 모아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었다.
정신은 그들의 기원을 모아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정신은 하늘을 날고
숲 속을 뛰어다니고, 바다 속에 뛰어들고,
딱딱한 땅껍질을 뚫고 들어가
부드러운 땅 속에 뿌리를 박고 흙의 즙을 빤다.

몸은 매일 밥을 먹고 새롭게 태어난다.
처음에 몸은 보이지 않는 하나의 씨앗이었지만
몸은 채소들의, 짐승들의, 물고기들의,
살찐 과일들의, 공중의 새들의, 땅 위의 벌레들의,
바람의,
저녁의 붉은 노을의, 새벽의 찬 이슬방울의,
한낮의 뜨거운 태양의,
유기체가 되었다.

오늘 몸은 세끼의 밥을 거르고
다른 모습이 되었다.
몸은 좀더 가벼운 모습으로
정신은 좀 더 명쾌한 모습으로
길 위에 뒹구는 작고 붉은 열매들을 본다.
몸은 길 위를 뒹굴다 바람에 날려
하늘로 오른다.
몸은 큰 새들의 먹이가 되고, 똥이 되고,
빗물에 섞여,
빽빽한 숲과 강과 불 켜진 집들 위에
내린다.
몸은 밤새 내린다.
몸은 나무 뿌리 근처의 좁은 흙길들을 흐른다.
몸은 아침 태양 아래 고여 있다.
밤새 비에 젖은 산짐승이 얼굴을 비추고 있는 몸!

* 이스라엘에서 마임을 공부하고 있는 이철성 시인은 시집 <<식탁 위의 얼굴들>>을 펴냈다.
(200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