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멍멍, 골목길 |서정학|

지저분한 뒷길들. 전화선, 전신주, 시커먼 전선들이 하늘을 조각조각 잘라놓은, 새카만 건물 뒤편, 오줌구, 토쓰레기 역겨운, 묘한, 지저분한 냄새가 날리는 길,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누군가 갖다 버린 텔레비전, 냉장고, 음식 쓰레기들과 비닐 커버 흩날리는 포장마차 리어카들과 청소차의 쓰레기 콘테이너가 짙은 녹색, 한 구석을 차지한, 불법으로 폐차된 차들이 쓱, 썩, 썩어들어가고 있는 길. 온갖 잡동사니가 불편한 깨어져 나간 보도 블럭은 발 밑에서 툭, 툭 채여.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쩍, 달라붙어오는, 끈적한 길. 오래된 아파트들이 덕지덕지 더러운 때를 흩날리고 있는, 낮에는 해가 들지 않고 밤에는 간간히 가로등 불빛들, 깨어져나간 전구들. 음산한 형광등 불빛. 지나가는 차들이 뿌리는 헤트라이트 불빛 약간, 두꺼운 커튼 사이로 조금씩 솟아 오르는 빛. 텔, 레비전의 점멸. 바로 앞쪽에는 색색으로 빛나는 번화가 뒷골목, 공포영, 화에서는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가 멍청히 뒹구는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지만, 누군가, 살고 있는, 지나다니고 있는 골목, 무언가 썩고 있지만 도대체 뭐가 썩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고양이 멍청히 울음소리가 간간히 멍멍, 들리고, 내어 놓은 쓰레기 봉지에는 쥐들이 바스락거리며 멍청히 먹을 것을 찾고 있는 뒷골목, 길가로 낸 멍청히 에어컨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 기분 나쁜 열정. 연결되어 있다.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가능성, 누군가 보내온 반가운 소식들이 도착하는, 멍청히 아이들이 놀다가 놓고 간 빈 깡통. 새하얀 편지 봉투들을 들고 나타나는 우체부. 바이러스가 다운로드되는 통로. 사고를 부르는 길. 도둑들이 멍청히 따라 오고, 전염병이 나돌아 다니는. 술취한 차들이 돌진하, 는 길. 내,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는 통로. 무엇인가 연결되어 있는 끈, 너에게로 갈 수 있는 길. 바람이 불면 휘날리는 모래 바람과 비닐 봉지들. 음침한 콘크리트 벽들. 콘크리트 길이 비 빨아먹는 빨아들이는 텁텁한 내음. 씻어도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 빨아먹는 과거. 한숨 따윈 들리지도 않는. 아무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데 끊임없이 무언가 울리는. 살아서 꿈틀거리며, 떠나야만 하지만, 떠날 수 있다면, 저녁이면 돌아와야 하는 곳. 가장자리, 혹은, 중심. 골목의 끝에 멍청히 서 있는 디지, 털 여행객들. 골목에 누군가 흘린 동전들이 구겨져 썩고 있다. 수많은 파리들이 점령한 골목길, 오줌구, 토쓰레기

* 서정학 시인은 시집 <<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을 펴냈다.
(200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