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햇빛이 있었다 |유종인|

누가 부른다

먼저 달려가 있는
햇살은
민완 형사처럼
먼지의 꼬리를 감추는 저 순간의
떠나버린 버스에게도
찌그러진 그림자 하날 받아낸다

수갑을 채워 끌고 오지는 못한다
흐리고 흐린 날 이후
햇살 아래 붙잡힌 풍경은
가장 큰 감옥을 살아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햇살의 鐵窓을 다시 밀고 나가면
누가 부른다

시퍼런 솥단지로 엎어져 걸린 하늘이
살찌거라 네 슬픔이 오래
살쪄서 눈이 큰 마음이 되라
시퍼렇게 솥 궁둥이가 부푼다
햇밥 같은 햇살이,
누가 부른다

* 유종인 시인은 최근 첫 시집 <<아껴 먹는 슬픔>>을 펴냈다.
(200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