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폭설 |문봉섭|

새벽부터 서울에 몰려오기 시작한 눈은
하늘과 거리를 백색의 악보로 만들어 놓았다.
피아노의 빠른 템포를 타고 격자무늬로 교차하던 눈은
이내 바이올린의 격정적인 흐름으로 바뀌어
빌딩과 행인들 사이를 회오리친다.
언제였던가,
큰눈 오는 날이면
고향 하늘에 소 울음처럼 울리던 무적(霧笛) 소리와
하늘을 뒤덮던 바람과 눈과 까마귀의 소용돌이
까맣게 새까맣게…
함박눈이, 첼로의 선율을 싣고
거침없이 오후의 어깨 위로 쌓이고 있었다.
소리 없는 울음 같은 잿빛 음의 조각들이
보신각(普信閣) 종루에 모여든 비둘기들의 넋을 적시고 있었다.
차도와 표지판을 지우고
광고와 네온사인을 지우고
취객들과 섞이며 술렁이고 있었다.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객처럼
호기심과 조심스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서걱서걱 걸음을 옮기며
포장마차에 어른대는 그림자 근처도 기웃거리고
어두운 골목 골목도 두리번거리며
밤 늦도록 그렇게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 문봉섭 시인은 계간 <<작가 세계>> 2001년 여름호를 통해 등단하였다.
(200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