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향수 |하재연|

하나의 발자국이 다른 발자국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누가 정원에다 나쁜 냄새를 흘리고 갔는가?

나비의 향기가 팬지를 좀먹어가듯, 두 개의 눈동자가 호랑나비의 가슴에 남아 밤에만 빛나듯,

더러운 그늘이 구름을 만들고 구름은 구름을 불러 모은다 그러니 정원에서 길을 잃었던 건 누구인가? 젖은 양떼의 발자국처럼

비릿한 냄새, 새까맣게 새들이 깃털을 떨어뜨린다 깃털의 무덤 그리고 무덤 위에서 그들은 태어나지만,

누구도 자신의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는

 

* 하재연 시인은 200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였다.
(200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