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텐더 요나 |최하연|

1
그녀가 흔든다
탁자 위 멸치들이 거품을 노려보고 있다
아서라 수족관이 아니다
제비뽑듯 멸치 한 마릴
쉐이커에 던져 넣는다
“이정표란 이정표는 다 후레자식이야”
카보다로카*를 다녀오며
필생의 지도를 다 보았다는 그녀가
거품을 타고 등고선 아래로 가라앉는다
쉐이커가 겪는 産痛에
그녀의 얼굴이 핑크빛으로 그을린다
뚜껑이 열리고
새 거품이 그녀와 나 사이에 태어난다
살이 탱탱 부어오른 멸치 한 마리도 함께
탁자 위 환호하는 멸치들
“쇼윈도 안에서나 볼 수 있는 걸작이지”
“봐, 말라비틀어지기 전 우리 원형이 바로 저거라고”
어디서 발급해준 雜神의 부적인지
먼 나라 번호판 몇 개가
빈 잔의 여죄를 묻고
나는 까마득히 줄맞춘 술병 한 놈과 눈이 맞는다
“팔을 뻗어 네 공간의 한계를 재어 봐”
다리가 저리다 했더니
어깨가 결린다 한다
“네 뱃속에서 딱 한번만 살다 나올까”
그녀가 다시 흔든다

2
심해에 사는 물고기
한 번도 전화가 안 왔어요
아뇨 여긴 전화가 없는 걸요
글쎄 길은 한 갈래뿐이라니까요
몇 겹의 산은
포말처럼 눈앞에서 부서지고
주름진 계곡을 넘어
오래 전 가라앉은 뱃머리, 메아리
뚜-우, 더 이상의 인터뷰는 없었다
이 질긴 숨통을
버석거리는 모래를
바람이 분다
밑창 없는 배가 지나가고
나는 당나귀
발바닥 아픈 물고기
어디로 가든
전족의 세월
(* 포르투갈에 있는 유럽 대륙의 서쪽 땅끝 마을)

* 최하연 시인은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였다.

(200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