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 나의 태양 |서영처|

활활 타는 아궁이지요 누군가 닥치는 대로 불쏘시개를 던져 넣네요 만물이 바래져 새 것이 없어요 높고 높은 탑 속엔 실을 잣는 그레첸 물레에 다친 손가락에서 붉은 피가 툭툭 떨어지네요 그래도 끝없이 비단실을 풀어내는군요 농익은 저 열대과일을 가르면 둥근 씨가 흘러나와 또 태양을 열매 맺는 나무로 자라려나 숫 사자 한 마리 으르렁거리다 금새 암컷과 새끼들을 거느리고 내 눈꺼풀 속으로 뛰어듭니다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서 포효하는 맹수 더위에 지쳐 바다에 가도 으르렁 갈기 나부끼며 몰려옵니다 사는 게 전쟁이라고 포신은 종일 화기를 내뿜습니다 세포 분열한 태양이 케이블 선에 매달려 네거리 차도에도 우글우글 뜨고 지고 그럼요 산목숨들을 삼켜 그 힘으로 익어가는 무덤입니다 무덤이 삼킨 것들을 가지런히 모범답안으로 뱉아놓았군요 산자락 마다 볼록볼록한 음향판들,

* 서영처 시인은 <<문학.판>> 2003년 여름호를 통해 등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