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취하요리 |김혜옥|

술독에 넣어 절여먹는다는 새우 요리를 아시나요
살아있는 건지 죽은 건지 너무도 알고 싶은
산동네 시인을 아시나요
아가미로 환장할 술냄새 올라오면
잔등을 간지르던 바다의 흰 엉덩이를 불러내고 싶다
그때 그 소금바람을 기억해내고 싶다

이대로 정신을 놓아버리는 건 얼마나 편할까
산호조개와 먼 익룡의 발자국을 잊을 수 있다면
아가미에 들러붙은 붉은 군소의 숨소리를 지울 수 있다면
그러나 앙당그리며 살아보고도 싶다
퍼들껑 한번 꼬리로 물사래를 치면
꼭 한번 힘겹게 닫히는 아가미

난 아무 때나 가랑이를 벌릴 수 있죠
이봐, 언덕이 자꾸 밑으로 흘러내릴 땐
좀 더 위로 올라와 봐 불탄 심장을 보여줄게
그렇게 긴장하지 마 너무 낮은 포복엔
어린 숨소리를 들키지 좀 더 가까이 와 봐
난 지금 노란 권태를 씹고 있는 중이거든
내 익숙함에선 시큼한 술냄새가 날거야

떴다 지고 떴다가 또 지는 저 질긴 희망 속에도
마지막 공기를 퍼 올리는 힘겨운 아가미질은 있었던 것이어서
몇 달이 지나 술독을 열어보면 잘 숙성된 새우 한 마리
단단하지도 너무 흐물거리지도 않는
오늘 식탁에는 부드럽게 풀어진 시인의 육체가 올라왔다

* 김혜옥 시인은 1999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하였다.

(2003.9.15)